드라마 '킹덤' 찍을 때 넷플릭스가 '중국 소품' 가져오자 감독이 열 받아서 내린 결정
입력 : 2021.03.27 10:45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정복하려는 악령과 이에 맞서 백성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액션 사극을 표방한 SBS '조선구마사'가 2회 만에 조기 종영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면서 중국 음식과 의상을 사용해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고,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도 역사 속 사실과 다른 모습으로 묘사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샀다.
이와 비교되면서 다시 조명을 받는 작품이 있으니 같은 판타지 액션 사극인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다.
'킹덤'은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는 배경과 설정이 있기도 하나 당시 금군이 착용한 갓과 융복, 이들이 착용한 검 '환도'의 패용법 등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는 외국 팬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던 감독의 노력이 담겨 있다. 지난 2019년 '킹덤'의 김성훈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킹덤'의 소품과 관련해 이야기했다.
당시 김 감독은 "넷플릭스 측에서 처음에 포스터 콘셉트 아트를 짜왔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며 "소품을 다 일본, 혹은 중국 것을 가져왔더라"라고 했다.
넷플릭스 측에서 한·중·일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그때 '우리의 이미지가 이렇게 받아들여지는 구나' 싶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겼다. 한국적인 매력을 서사에 잘 엮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 또한 작품 속 한국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했던 김 작가는 조선 시대 사람들의 심정을 느껴보기 위해 민속촌에 직접 달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대동여지도를 보며 드라마 '킹덤' 속 가상 마을을 좀 더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지형 공부까지 했다고 밝혀 작품 속 조선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보여줬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후할 수밖에 없다. '킹덤'의 고증 노력을 접한 한 시청자는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만든 작품인 줄 몰랐다"며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조선구마사를 그런 식으로밖에 만들 수 없었을까 싶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한국사 선생님이 킹덤 보고 가상임에도 고증에 반했다고 하더라. (조선구마사가) 킹덤까지는 아니라도 반은 기대했는데 슬프다"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감독과 작가의 이러한 노력 끝에 탄생한 '킹덤'은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해 시즌2까지 제작된 것은 물론 외전인 '아신전' 개봉도 앞두고 있다.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으로 창작물에 있어 고증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고증 반영이 작품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잘못된 사회적 인식과 지식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