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30% 내막]② K-규제가 전 세계 마켓에 쏘아올린 작은 공
30% 수수로와 결제 수단 강제의 합리적 이유…구글 15% 인하 결정에 규제 논의 '머쓱'
2021.03.18(목) 17:23:39
[비즈한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규제하는 ‘구글 갑질 방지법’ 안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가장 큰 쟁점은 수수료입니다. 앱과 콘텐츠를 구입할 때 내는 30%가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규제의 목적을 정리하자면 ▲이 수수료율을 내리고, ▲또 앱 안에서 이뤄지는 결제에 대해서는 개발사나 서비스 회사들이 수수료 높은 구글의 결제 플랫폼 대신에 외부의 결제 수단을 쓸 수 있도록 풀라는 겁니다. 자, 이 두 가지는 기억해 둡시다.
#30% 수수료는 과연 부당한가
수수료는 기업들에 분명 부담이 될 겁니다. 비용이 되니 말이지요. 법안이 이야기 나올 때 명분은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어려운데 구글에 매출의 30%나 수수료를 내야 하고, 그나마도 앱 내 결제까지 강제한다는 것이 포인트였어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수수료에 대해서 작은 기업들은 큰 불만이 없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마케팅과 배포 인프라까지 갖출 수 있어서 괜찮다는 반응이에요.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중소 개발사들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었고, 최근까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도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과 함께 규제의 적정성에 대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수수료 문제는 오히려 중소업체보다 큰 기업들의 불만이 더 큽니다. 지난해 에픽게임즈가 애플, 구글에 수수료 못 내겠다고 하면서 마찰이 벌어지고 있지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오피스의 모바일 앱을 낼 때 계속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는 뒷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우리 많이 파니까 조금 깎아줘” 라는 건데,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특정 기업에 대해 이 거래가 받아들여지게 되면 너도나도 수수료를 바탕으로 로비하게 마련입니다. 결국에는 협상력 있는 대형 회사들은 더 싼 수수료를 내고, 그런 거 모르는 작은 회사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내게 됩니다. 우리는 신용카드 수수료에서 비슷한 힘의 논리를 봤지요. 물론 이 역시 협상을 바탕으로 한 경제 활동이기 때문에 탓할 수는 없지만 작은 기업으로서는 충분히 부당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과 애플 등 플랫폼 회사들은 애초에 예외 없다는 강력한 원칙을 세웠던 거죠. 구글이나 애플이 지난해 코로나로 어수선하기도 하고, 또 국내에서 이 법 때문에 수수료 이야기가 나올 때 수수료 한시 인하를 하긴 했는데, 그것도 사실 작은 업체들로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작은 개발사들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보다는 개발에 관한 기술 지원이나 좋은 앱에 대해 노출을 더 많이 해서 성장을 해주는 게 더 낫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구글이 앱 내 결제 수단을 강제한다”
앱 내 결제 수수료에도 30%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야기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앱 내 결제에 대한 규제는 구글의 결제 방법 외에 자체 결제 수단, 혹은 외부의 싼 결제 시스템을 쓰게 하라는 겁니다. 구글이 이를 못하게 하는 게 이 법안에 ‘갑질’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핵심입니다.
이를 오프라인 경제 구조로 옮겨 보면 조금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에서 백화점의 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매장 자체, 혹은 매장 본사의 카드 기계로 결제하게 하라는 겁니다. 백화점도 핵심은 매출액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입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정하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백화점의 결제 시스템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백화점에 입점은 했는데 돈은 자체 결제 방법으로 받으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못 받게 되죠.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 업계의 갑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수료율이 아니라 결제 방법에 대해서 갑질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요. 애초에 그렇게 합의되어서 시작한 것이 백화점 비즈니스니까요. 마켓은 쓰되, 수수료는 안 내겠다는 건 그리 공정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건 소비자로서도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앱에서 아이템이나 콘텐츠를 살 때마다 제각각의 결제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스마트폰에 뭔가 잔뜩 깔리는 건 물론이고, 그 결제 시스템마다 뭔지도 모르는데, 카드 기록이 남아요. 번거롭고 찝찝하죠. 이미 우리는 이걸 경험한 바 있습니다. 바로 액티브 엑스 기반의 쇼핑과 결제 환경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중에 결제 사기나 보안 사고 같은 게 생길 수도 있는데, 그 정보를 이용자들이 하나하나 기억하고 관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결제는 플랫폼별로, 마켓별로, 쇼핑몰별로 정리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의 간편 결제들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글도, 애플도 이미 외부 결제가 일부 허용되고 있긴 합니다. 우리가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구입하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카카오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카카오톡의 웹페이지에서 자체 화폐처럼 쓰이는 ‘초코’를 사서 결제하는 겁니다. 구글도, 애플도 자체 결제 수단을 외부에서 사서 충전해 두었다가 앱 안에서 그걸로 거래할 때는 수수료를 물지 않습니다. 문제를 삼지도 않습니다. 리디북스 앱 안에서 책 사지 않습니다. 웹페이지에서 사고 앱으로는 보기만 합니다. 넷플릭스도 앱 안에서 결제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웹사이트에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구독 요금을 내지요.
그리고 앱 안에서 결제하도록 하는 회사들도 사실상 그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다 넘기기 때문에 수익에는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200초코인데, 이걸 카카오톡 웹에서 사면 2000원입니다. 근데 이걸 앱 안에서 사면 1.99달러, 혹은 2500원을 받습니다. 웹에서 사면 20% 할인이라고 하는데, 마켓 수수료 명목으로 사실 25%를 떼는 거죠.
#규제는 과연 원스토어에, 우리 앱 시장에 긍정적인가
1부에서 이야기했던 조선비즈 ‘마음 바뀐 원스토어, `구글 갑질 방지법` 돌연 반대’기사를 다시 볼까요. 기사의 핵심은 이 구글 갑질 금지법을 가장 열심히 밀어붙였던 원스토어가 지금 갑자기 이 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1부 기사가 나간 이후 원스토어에서는 반대한 적 없다는 공식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다만 규제보다 경쟁을 활성화 시키는 방향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기사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찬반 여부를 떠나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앱 결제 방법을 자유롭게 풀면 결국 원스토어도 결제 수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길게 보면 손해라는 설명입니다.
원스토어에서 게임 콘텐츠 비중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히 높은 편이다. 사진=원스토어 화면 캡처
원스토어의 핵심은 게임입니다. 원스토어는 수수료 불만이 가장 큰 게임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수료도 내리고 제한적으로 외부 결제도 어느 정도 허용해 주었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다소 까다롭게 따지는 성인용 게임의 심의도 인증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유연하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원스토어도 당연히 매출에 대한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외부 결제에 대해서도 일정 기준의 수수료가 전제됐지요. 하지만 이 규제가 시작되면 원스토어에서도 수수료를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법안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외부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모바일 게임 용량은 엄청나게 큽니다. 이를 내려받게 해주는 다운로드 서버의 비용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앱도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앱을 무료로 내려받도록 하고, 그 안에서 아이템과 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냅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의 콘텐츠들도 마찬가지죠.
이 규제가 자리를 잡으면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결제 과정에서 앱 마켓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마켓은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은 원스토어도 앱 내 결제에 대해서 적절한 규칙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요. 사업을 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수익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죠. 당연히 대형 게임회사들은 반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 업계도 모두가 반기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회사들은 결국 구글, 애플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서비스하는 게 아니니까요.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남미 등등 수백 개 국가에 서비스해야 하는데, 모두 로컬 앱 마켓과 거래할 수 없지요. 그냥 구글 플레이에 하나 올리면 전 세계로 팔아줍니다. 앱스토어에 올리면 세계 시장 진출이 됩니다. 독과점 형태라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이게 바로 인터넷의 마켓이 주는 효과이기도 합니다.
#구글 “중소기업에게 수수료 낮추겠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구글의 발표가 함께 나옵니다. 구글플레이의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겠다는 겁니다. 매출 11억 원까지는 수수료를 절반만 받겠다는 겁니다. 이 규제의 시작이 작은 기업들이 어려우니 수수료를 낮추라는 데에서 시작했는데, 매출 11억 원이면 100만 달러고, 구글의 발표로는 전 세계 앱 개발사, 개발자의 99%가 매출 100만 달러 이하라고 하니 보편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거죠.
작은 기업만 혜택을 입는 건 아닙니다. 수천억 원씩 찍는 기업들도 첫 11억 원까지는 수수료를 절반으로 내려줍니다. ‘큰 기업들에 이게 무슨 혜택이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수수료 인하는 큰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를 위한 것이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면 수수료를 더 내도록 하는 조건도 모두에게 똑같아요. 애초 이 수수료 규제도 작은 기업들에 대한 배려를 명분으로 대형기업들의 속내가 숨어있던 주장이라는 시선이 있었는데, 구글의 정책은 단순한 한 가지 규칙으로 이 모든 상황을 풀어냈습니다. 이런 게 운영의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고, 구글도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원스토어보다 더 싸졌으니 사실상 원스토어도, 법안도 당장은 큰 목소리를 내기 애매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시장이 전 세계 마켓 환경을 바꿔놓은 셈이지요. 다만 그 규제의 방법과 과정이 조금은 더 세련되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규제는 꼭 나쁜 거로만 비치는 데 사실 나쁜 게 아니라 특성 산업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나쁜 짓 하지 말고, 남 해코지 하지 말고 정당하게 잘 경쟁해서 시장 키우라는 것이지요. 시장 참여자 모두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규칙 안에서, 그걸 어떻게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규제의 역할입니다.해외 사업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국내 시장 보호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과연 합리적으로 이뤄졌나 고민은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3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최호섭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