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30% 내막]① 토종 원스토어는 왜 구글갑질방지법을 돌연 반대하나
도입 초기 30% 수수료는 '파격적' 평가…구글, 30% 중 90%는 이통사 커미션 제공하기도
2021.03.17(수) 17:20:41
[비즈한국] 구글이 매출 11억 원, 미화 100만 달러 이하의 중소사업자에게 구글 플레이 스토어 판매 수수료를 기존 30%의 절반인 15%로 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의 설명으로는 이 혜택을 입게 되는 앱 개발사는 99%라고 합니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데, 반대로 보면 사실상 큰 매출을 내는 앱 개발사는 아직 1% 이하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구글은 가장 중요하게 지켜오던 수수료율 30%를 왜 내려놨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 출발점은 우리나라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앱 마켓 수수료, 그리고 국내 앱 시장 규제 등 복잡하게 얽혀 있던 문제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구글의 발표를 계기로 앱 마켓 수수료의 역사와 국내 앱 시장 환경,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는 섬뜩한 이름의 규제에 대해서 짚어보려고 합니다. 앱을 어떻게 내려받게 됐고, 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의 스마트폰 환경과 연결되는 일이니까 말이지요.
구글은 100만 달러 이하 중소 사업자에게 플레이 스토어 판매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과 원스토어, 그리고 앱 마켓 규제
지난주에 조선비즈에 ‘마음 바뀐 원스토어, `구글 갑질 방지법` 돌연 반대’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법안이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준비됐습니다. 해외 플랫폼이 국내에서 ‘갑질’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니, 우리나라 통신사와 포털이 함께 운영하는 원스토어는 반대 입장에 서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그 원스토어가 갑자기 이 규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원스토어가 갑자기 구글 편을 드는 걸까요?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이유가 있겠지요. 앱 생태계와 규제의 내용을 보면 원스토어의 고민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먼저 구글 갑질 방지법이 뭔지부터 봐야겠죠. 이거 이름부터 좀 섬칫합니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플랫폼으로 갑질을 했고, 이걸 바로잡겠다는 의도가 이름부터 박혀 있어요. 지난해 급하게 밀어붙였던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도 마찬가지죠. 해외 플랫폼의 규제는 요즘 가장 어렵고 뜨거운 문제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법은 여러가지가 섞여 있는데, 핵심은 ▲우리가 앱을 살 때, 혹은 앱 안에서 콘텐츠나 아이템을 거래할 때 개발사들이 내는 결제 수수료 30%가 너무 비싸다는 것, ▲결제 수단을 구글의 자체 결제 방법으로 제한하지 말고 각 앱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자체 결제를 하도록 하라는 거예요. 여기에 하나 더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올리려면 국내의 다른 앱 마켓, 그러니까 대표적으로 원스토어에도 반드시 등록하라는 겁니다.
전반적으로 이 법들의 방향성은 국내 마켓, 즉 원스토어가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마켓에서 앱 사세요”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앱은 환경이 조금 다릅니다. 앱 마켓은 우리가 물건을 사는 마트인 셈인데, 세금 문제로 요즘 어느 정도 선이 그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경이 애매한 인터넷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또 정보와 콘텐츠 접근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게 인터넷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구글 규제, 그리고 국내 앱 시장의 형성
이 구글 갑질 방지법은 전형적인 해외 플랫폼 규제죠. 국내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고, 문화나 정서, 환경에 맞춰 적절한 규제가 정해지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름부터 내용까지 특정 기업을 노리는 건 그렇게 좋게 볼 일은 아니죠. 굳이 ‘요즘에…’같은 말이 아니라 이 인터넷 환경의 중심에 있는 앱 마켓 규제는 조심스러워야 하거든요. 왜냐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플레이어니까 말이죠.
특히 이 구글 갑질 방지법의 목적은 명확하게 원스토어로 향해 있습니다. 사실상 현재 국내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앱 마켓은 원스토어 뿐이니까요.
원스토어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가 중심이 되는 안드로이드 앱 마켓입니다. 티스토어, 네이버 앱스토어 등등이 하나로 뭉쳐진 건데, 각 마켓들이 운영이 쉽지 않으면서도 경쟁이 심하고, 매출이나 성장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마켓은 단순히 물건을 팔고 끝나는 상점과 달리 앱 구매 내역을 관리해주어야 하는 책임 사업이기 때문에 쉽게 마켓의 문을 닫을 수도 없었습니다.
2016년, 큰 형님격인 SK텔레콤이 앞장서서 ‘우리 합자 회사를 만들어서 하나로 합치고, 같이 운영하자’고 제안한 거죠. 그래서 전체 지분도 SK텔레콤이 50.1~52.1% 정도로 가장 많이 갖고 있어요. SK텔레콤이 운영하던 T스토어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이기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잘 되는 편이었고, 해외에서 배워가기도 할 정도였으니까 그 경험으로 경쟁보다는 파이를 합치자는 겁니다. 이 기업들을 하나로 모으는 생각을 떠올리고, 실제로 이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의 리더십은 놀라웠고, 그 과정과 목적, 방향성까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합니다.
당연히 이 원스토어는 국내를 주 시장으로 하는 마켓이지요. 하지만 국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힘은 막강했습니다. 원스토어는 앱 결제 수수료도 낮추고, 앱 내 결제 수단도 자유롭게 열어두면서 앱들의 참여를 유도해 왔습니다. 이건 사실 플랫폼에 늦게 뛰어드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당장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스토어는 수수료도 없고, 결제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열어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블랙베리 스토어는 한때 개발 지원금을 주어서 앱을 올리면 오히려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왜냐고요? 앱이 없으니 마켓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러면 사람들이 앱 부족으로 플랫폼을 떠나겠지요. 결국 플랫폼, 운영체제의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다시 앱이 안 팔리고, 새로운 앱이 안 들어오면서 결국 생태계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걸 풀려면 결국 돈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벌게 해주거나, 수수료를 낮추거나 돈을 오히려 주는 등 뭔가 개발자들이 앱을 올리는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원스토어는 구글 플레이가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리고 인기협, 즉 인터넷 기업 협회도 수수료의 부당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인기협 안에는 원스토어의 대주주 네이버가 들어가 있지만 그건 논외로 칩시다. 어쨌든 국내에서 구글의 수수료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앱을 못 만들고, 미국 회사인 구글에 우리나라의 피 같은 돈이 다 수수료로 빨려 간다고 주장했죠.
이동통신 3사가 협약을 통해 탄생한 원스토어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수수료가 비싸다며 줄곧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사진=원스토어
#앱 마켓 수수료 ’30%룰’의 역사
자 이쯤에서 앱 판매 수수료 30%가 과연 비싼가, 이건 좀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1000원짜리 앱을 하나 사면 700원은 개발자에게, 300원은 구글에 흘러갑니다. “아니 가만히 앉아서 300원을 먹는다고?”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꼭 그렇지 억지는 아닙니다. 앱 마켓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뢰가 따라주어야 하는 서비스입니다. 앱을 내려받고, 업데이트해주는 데이터센터 비용도 있고, 마케팅이나 유통 전반의 비용이 다 들어가는 겁니다.
그 수수료를 30%로 처음 정한 건 애플 앱스토어였습니다. 애플은 2008년 ‘아이폰OS 2.0’와 함께 지금처럼 앱을 한 곳에서 유통, 관리해주는 마켓 ‘앱스토어’를 엽니다. 그리고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유통과 다운로드, 구매내역 관리 등 전반의 비용을 온라인화하면서 수수료를 30%로 정했습니다.
이게 당시에는 엄청나게 파격적이었습니다. 기존에는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오프라인으로 유통됐고, 그러면서 유통 비용과 수수료가 널뜁니다. 절반도 많고, 역으로 수수료를 70% 받고 30%만 받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요, 개발사 입장에서는 앱이 얼마나 팔렸는지도 모르고, 관리도 잘 안 됐어요. 그걸 한 곳에서 투명하게 팔아주고 수수료도 30%밖에 안 떼었으니까요. 패키지를 찍지 않아도 됐고, 불법복제를 막으면서 판매도 늘어났고, 유통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이뤄집니다. 이용자들도 앱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니까 필요한 앱을 곧바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수익이 늘어났습니다. 앱 개발자들은 환영했죠. 구글도 안드로이드에 이 30% 룰을 받아들이면서 대세가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생태계의 합의가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구글은 이렇게 받은 30% 수수료를 통신사한테 줬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안드로이드 자체가 아이폰의 경쟁 구도에서 나왔는데, 구글은 더 많은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폰을 가져다 팔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파격적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팔린 앱의 수수료 30% 중에 90%를 통신사에게 줬습니다. 1000원짜리 앱을 사면 700원이 앱 개발사에, 그리고 수수료 300원의 90%인 270원이 통신사에 갔고, 구글은 30원, 3%를 가져가는 거였어요. 그래야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를 더 열심히 팔아줄테니까요. 일종의 커미션이었습니다.
#구글과 통신사의 복잡한 상관 관계
당연히 통신사들은 구글의 정책을 반겼죠. 게다가 삼성, LG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안드로이드 폰으로 세계에서 잘 나가게 되자 구글과 안드로이드는 마치 우리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구글은 너무나도 착한 기업이라고 업계에서도 이야기하고, 미디어도 애플은 돈만 밝히는 회사, 구글은 수익 보지 않고 생태계를 위해 다 풀어주는 착한 회사로 비쳤죠. 적어도 기자들은 여기서 상황을 조금 정확히 읽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2014년, 상황이 조금 바뀝니다. 구글이 통신사에게 주는 수수료를 90%에서 50%로 낮춥니다. 1천 원짜리 앱이 팔리면 270원 받던 통신사들이 300원의 절반, 150원만 받게 된 겁니다. 구글은 10%인 30원에서 150원으로 올라간 셈이지요. 당시에 통신사들은 서운함에 입이 엄청 나왔는데, 그렇다고 뭐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애매했습니다. 갑자기 통신사 수수료를 낮춰서 우리나라에 갑질한 걸까요? 애초에 이 돈은 통신사들에게 줄 명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주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정책은 전 세계 시장에 공통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구글플레이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졌고, 통신사들의 마켓인 원스토어 입장에서는 시장을 합친 효과가 나야 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게 늘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매출도 기대보다 만족스럽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서서히 구글의 수수료 문제를 시작으로 구글을 규제해야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구글 갑질 방지법입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최호섭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