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3.08 08:00
잊을만 하면 다시 시작되는 삼성과 LG의 자존심 대결이다. 이번엔 TV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밀고 있는 QLED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네오(Neo) QLED’를 들고 나왔다. LED를 더욱 작고 촘촘하게 배열한 것이 핵심이다.
LG는 독보적인 OLED 기술을 바탕으로 굳히기에 들어간다. 정교한 파장의 빛으로 더 선명하고 밝은 화질을 표현하는 ‘올레드 에보(OLED evo)’를 선보였다.
가히 컴퓨터 수준의 화질 및 색감 구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 정도까지 발전된 TV라면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 없을 만한 퀄리티의 제품임이 분명하다. 괜히 양사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랴.
하지만 TV라는, 가정에 하나 정도 있을, 한번 구매하면 10년은 사용할 가전제품이라면 상대방의 몫을 뺏어오지 않으면 내 몫이 빼앗기는 특성의 시장이다. 경쟁사에 대한 비방은 어쩔 수 없는 마케팅 수단일지 모른다.
그렇다해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챙기진 않는다. 희한하게도, 서로 싸우지만 결과는 윈윈(win-win)이다.
이처럼 TV는 잘 나가는데, 시청자들은 그 TV로 볼 콘텐츠는 별로 없다는 건 알고 있을까.
UHD TV 자체가 일단 크기가 크기 때문에 전에 없던 대형 화면에 ‘와 좋다’ 하고 그냥 넘어가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UHD 전용 콘텐츠만 돌려봐도 체감의 차이는 상당하다. 현재 방송사에서 송출되는 HD급 콘텐츠라면 UHD TV는 그저 돈 낭비에 불과한 결과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삼성과 LG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일까.
UHD급의 영상 제작을 위해 인프라를 끌어올려야 할 방송사들이지만 투자할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방송시장의 침체를 논할 때 TV제조사들의 역할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TV를 그토록 기가 막히게 만들어 놓았으면, 그 성능이 십분 발휘될 콘텐츠가 있어야 티가 난다. 제조사들은 이토록 침체의 늪이라는 방송사들의 사정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지 말고 엄연한 시장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도 아무도 말리지 않을 것이요,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 텐데 말이다.
TV에 한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건 우리나라일지 몰라도 방송사, 가전사, 장비사로 이뤄지는 방송 생태계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일본에 비하면 후진적인 수준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4K도 허덕이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이미 8K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정말, 숲을 봐야할 때다.
출처 : 정보통신신문(http://www.k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