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Crazy in Korea ④] 넷플릭스 아시아 사업 전략거점 ‘한국’
올 한해 5500억 추가 투자 확정
수많은 신작 한국 드라마, 영화 제작 중
망이용료 문제, 디즈니+경쟁 관건
- 기자명 박정훈 기자
- 입력 2021.02.25 18:15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콘텐츠 왕국 디즈니를 각성하게 한 넷플릭스가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에 완전히 매료됐다. 25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 ‘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진출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보면 ‘서운하겠다 싶을 정도로’ 한국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공급망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20개 이상의 아시아 국가에 진출해 오리지널 작품 만든 우리는, 특히 한국과 함께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라면서 “앞으로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산업과 함께 많은 놀라운 기록들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본 간담회가 한국에서 열린 행사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을 한 것으로 보기에는 넷플릭스 측의 진심이 담겨있는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이번 간담회 전부터 한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들을 공개적으로 자랑해 왔다.
최근 발표된 넷플릭스의 지난해 실적 공시 및 사업설명회에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전 세계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국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이 전 세게 넷플릭스에서 올린 성과를 기뻐하며 자랑하듯이 이야기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반응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전 세계 2200만 가구에서 시청한 것으로 집계된 드라마 ‘스위트홈’, 전 세계에 ‘K-좀비’와 ‘갓’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킹덤’, 일본에 제 4차 드라마 한류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공개 직후 전 세계 80개 국가 넷플릭스에서 인기순위 탑 10에 이름을 올린 한국형 SF 영화 ‘승리호’ 등 한국 콘텐츠들은 전 세계 콘텐츠 소비자들의 이목을 넷플릭스로 집중시켰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좋아하지 않을 이규가 없는 것이다.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독특한 상상력이 넘쳐나는 곳,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내 전 세계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새겨졌다. 이에, 넷플릭스는 처음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 동안 한국과 함께하는 콘텐츠 제작에 77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한국사업을 지원하는 별도 법인이 세워졌고, 올해에는 두 곳의 콘텐츠 제작 전문 스튜디오가 한국에 건립됐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이번 간담회에서 “올 한 해 5500억원을 추가로 한국 콘텐츠 업계와 연계한 작품의 제작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놀라운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이를 통해 한국은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의 중심 역할을 하는 콘텐츠 제작 허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한국 사업 확장 계획에는 몇 가지 극복해야 할 장벽들이 있다. 바로 지난 수 년 동안 논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망 이용료’ 문제다. 통신사들과 넷플릭스는 콘텐츠 송출을 두고서는 협력하는 분위기지만 망 이용료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점은 계속 지적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우리는 그 어떤 국가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에서 몇몇 주체들에게 넷플릭스가 통신망 사용료를 부담했다는 미디어들의 보도들이 나오면서 망 사용료 문제와 관련된 국내 상황은 넷플릭스에게 다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디즈니의 OTT ‘디즈니+’와의 경쟁도 넷플릭스에게는 하나의 도전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장편영화 시리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는 이후에 이어질 MCU 세계관의 중요한 스토리들을 디즈니+ 단독으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인구 밀도 대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블 매니아’들이 있는 한국의 콘텐츠 수요자들은 디즈니+의 한국 서비스 시작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사업 확장을 위한 큰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앞길은 몇몇 문제들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한국과 함께 만들어갈 앞길에 전 세계 콘텐츠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글로벌 파이프 라인 전략을 바탕으로 K-콘텐츠 전략을 키우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국내 OTT 업체들 입장에서'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훈 기자 pjh5701@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