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국민 절반 접종’ 이스라엘서 얻는 교훈
이지운 기자 , 유근형 기자 입력 2021-02-23 03:00수정 2021-02-23 04:25
[코로나19]‘국민 절반 접종’ 백신 선도국의 교훈
《이스라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22일 주요국 중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국민 절반이 최소 1회 이상 접종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26일 접종이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상황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신 공급난을 해결한 과감성을 배우되, 섣부른 봉쇄 완화 등 ‘방역 해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오전 9시 시작된다. 일상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접종이 진행될수록 갖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상황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22일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 접종률은 50.5%다.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국민(약 879만 명)의 절반 이상이 1차 또는 2차까지 접종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봉쇄조치를 조금씩 해제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가 여전히 하루 3000명 넘게 발생하면서 긴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19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화이자와 400만 명분 백신 구매계약을 성사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백신 확보를 위해 나라 전체를 ‘거대한 임상시험장’으로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백신 접종 후 자국민의 성별과 나이, 기저질환 등의 핵심 임상정보를 글로벌 제약사에 실시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제약사가 거부하기 힘든 파격적인 제안을 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확보한 것.
한국은 지금까지 7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정부는 이 정도 물량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언제든 돌발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항체 지속 기간이 예상보다 짧으면 당장 추가 물량이 필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이스라엘식 전략은 적합지 않은 만큼 한국의 장점을 강조한 파격적인 추가 물량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생산시설 부족 문제를 겪는 미국 화이자, 모더나 등에 한국이 ‘백신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 지속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만큼 추가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며 “‘mRNA’ 백신 생산 노하우를 체득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기업의 위탁 생산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최근 1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약 3700명 수준. 감소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백신 접종 직전(일평균 약 2400명)을 크게 넘어선다. 백신을 접종해도 확진자가 늘어나는 건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진 탓이 크다. 백신을 맞아도 1, 2주 후에 항체가 형성된다. 효과가 높은 편이지만 100%는 아니다. 접종이 곧 방역 해제로 인식되면 오히려 유행을 키울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이스라엘에서 활동량이 많은 젊은층 확진 비율이 급등하고 있다”며 “접종 시작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져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라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2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해야 재생산지수가 2인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 한해 쇼핑몰, 수영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증명서인 ‘그린 패스’를 발급하기로 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백신을 맞지 않고 버티는 사람을 접종 장소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