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영화보는 느낌·실감 여행… 눈앞에 온 VR 대중화
‘오큘러스 퀘스트2’ 체험기
전작보다 무게 68g 줄어503g
세계 유명 관광지 둘러보는 재미
SKT, 국내 첫 물량 3일 만에 완판
이번 주말은 페이스북의 VR(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와 함께했다. 3일간 기기를 빌려 사용하면서 VR의 대중화가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1~2년간 다양한 VR 기기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봤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아직 멀었구나”였다.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기기가 너무 무거워 장시간 착용이 어려웠고, 콘텐츠의 양과 질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평소 멀미를 잘 하지 않는데도 어지럽거나 속이 메스꺼울 때가 있었다.
퀘스트2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우선 가벼워졌다. 퀘스트2 HMD의 무게는 503g이다. 전작인 퀘스트1은 571g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지만 장시간 착용 상황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차이다.
기기 착용감도 개선됐다. 한 시간가량 게임을 즐기거나 콘텐츠를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잠수용 물안경을 착용한 느낌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기기를 벗으니 얼굴에는 선명한 자국과 함께 VR 세상의 여운이 남았다. 현실과 VR의 혼동이 가능한 얘기라는 것을 실감했다.
화질에 영향을 미치는 해상도와 주사율도 각각 1832x1920, 90㎐로 약 50% 향상됐다. 기기에 내장된 서라운드 사운드도 콘텐츠를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계정을 통해 영화 콘텐츠를 상영관에서 감상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다만 아직은 4K 콘텐츠가 부족해 선명한 TV급 시청 경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여행 콘텐츠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갑갑한 코로나19 시국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감을 줬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관광도시부터 카리브해의 평화로운 해변, 아프리카 사파리도 즐길 수 있다. VR의 멀미 현상을 느껴보고 싶다면 롤러코스터 콘텐츠를 추천한다.
백미는 게임이다. 눈 덮인 호숫가를 카약을 타고 이동하는 게임이 마음에 들었다. 양손에 쥔 컨트롤러를 노 젓듯 열심히 휘저어야 해 운동 효과도 있었다. 1인칭 슈팅 게임(FPS)을 할 때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야 해 서바이벌 게임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현재 오큘러스 플랫폼의 VR 게임 200여종을 즐길 수 있다. 기기 보급이 정체된 VR 게임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퀘스트2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하고, 이달 초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첫날에만 4000대 이상이 판매되고, 1차 물량이 3일 만에 완판되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해외 직구 대비 저렴한 국내 가격과 수월해진 AS 지원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퀘스트2 판매가는 41만4000원(64GB 기준, VAT 포함)으로 SK텔레콤 5GX 홈페이지와 전국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채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SK텔레콤 고객은 12·24개월 약정으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성품에는 C타입 케이블 충전기가 포함돼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