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발견' 블랙홀 새롭게 드러난 정체… "더 멀고, 더 무겁다"
입력2021.02.19 17:23
1964년 처음 관측된 '백조자리 X-1 블랙홀'의 정체를 두고 스티븐 호킹 박사와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명예교수(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내기를 벌인 일은 과학계 유명한 일화다. 호킹 박사는 블랙홀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킵 손 교수는 블랙홀이라고 맞섰다. 이후 제시된 자료를 통해 블랙홀 존재가 입증되면서 1990년 호킹 박사는 패배를 인정했다.
블랙홀 여부도 가리기 어려웠던 관측 기술이 고도화를 거듭하면서 정확한 위치와 질량까지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내용보다 백조자리 X-1은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더 무겁다는 사실이 국내 과학자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들로 인해 새롭게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국내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수백~수천㎞ 떨어진 10개의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하면서 전파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백조자리 X-1 블랙홀 위치 측정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관측 결과 지구에서 백조자리 X-1 블랙홀까지 거리는 기존에 알려졌던 약 6,100광년(1광년=약 9조4,600억㎞)보다 먼 약 7,200광년으로 측정됐다. 질량은 태양 질량의 21배로 기존 가설보다 약 50% 무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홀은 주위 별에서 끌려오는 물질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때 일부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블랙홀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제트 현상이 발생한다. 강력한 엑스선도 방출한다.
연구팀은 삼각시차 측정법과 블랙홀 제트에서 나오는 전파신호의 위치를 정밀하게 측정해 정확한 거리를 계산해 냈다. 삼각시차는 어떤 물체를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볼 때 생기는 위치 차이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지구가 공전하면서 천체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달라지는 시점과 각도를 이용, 각각 다른 위치에서 보이는 블랙홀까지의 거리와 각도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블랙홀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0% 더 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질량도 더 크게 수정됐다. 같은 밝기의 천체가 실제로 더 멀리 있다면 질량도 더 커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제임스 밀러존스 호주 커틴대 교수는 "백조자리 X-1 블랙홀이 가설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으며 더 무겁다는 관측 결과는 무거운 별이 진화해 블랙홀이 되기까지의 형성과 성장과정을 새롭게 밝히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은 관측에 필요한 정밀 위치 측정법 고안에 기여했다. 연구에 참여한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앞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개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을 활용해 블랙홀 관측 연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 2월 18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