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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K드라마 훈풍에, 일본서 치킨·순두부찌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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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2.20 08:06 4,18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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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훈풍에, 일본서 치킨·순두부찌개 열풍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최근 일본에선 한국식 치킨과 순두부찌개 등 한국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도쿄 신오쿠보의 호식이두마리치킨 3호점. [사진 나리카와 아야]

최근 일본에선 한국식 치킨과 순두부찌개 등 한국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도쿄 신오쿠보의 호식이두마리치킨 3호점. [사진 나리카와 아야] 

 

 

 

오랜만에 도쿄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를 다녀왔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곳은 대부분 사람이 적은데 신오쿠보는 코로나 이전과 비슷하게 많았다. 점심때 한국 치킨집에 갔더니 2층까지 만석이었다.
 

‘사랑의 불시착’‘이태원 클라쓰’ 덕
도쿄 신오쿠보 한국 치킨집 늘어
코로나로 배달 전문점까지 불티

두루치기·메추리알 장조림 등
드라마 속 요리 레시피 책도 인기

지난해부터 일본에 한국 치킨집이 늘고 있다. 원래 일본에서 치킨은 크리스마스에 먹는 정도였다. 닭튀김으로는 가라아게(唐揚げ)가 있지만 한국 치킨하고는 다르다. 치킨전문점은 KFC 말고는 거의 없었다.
 
한국 치킨집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드라마 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영향이 크다.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주인공 윤세리(손예진)가 치킨을 좋아하고 북한에서 내려온 중대장 리정혁(현빈)과 부하 중대원들도 남한 치킨의 매력에 빠진다.
  
“젊은 한류팬들 한·일 관계 상관 안 해”
 

최근 일본에선 한국식 치킨과 순두부찌개(아래 사진) 등 한국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최근 일본에선 한국식 치킨과 순두부찌개(아래 사진) 등 한국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한국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또 PPL(간접광고)이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에서는 PPL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정말 치킨 많이 먹나 보네” “맛있겠다. 나도 먹어 보고 싶다”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해 봄 내가 한국에 있을 당시 일본 친구들한테 잇따라 “치킨 먹으러 한국 가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처음에 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사랑의 불시착’ 때문이었다.
 
내가 이번에 찾아간 곳은 호식이두마리치킨 3호점. 신오쿠보역 근처에 있다. 옥동호 대표는 신오쿠보에 2015년에 1호점을 내고 2016년에 3호점을 냈다. 옥 대표는 “코로나로 음식점 대부분이 힘들다는데 신오쿠보는 괜찮은 편이다. 특히 치킨이 붐인 건 드라마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선 한국식 치킨(위 사진)과 순두부찌개 등 한국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최근 일본에선 한국식 치킨(위 사진)과 순두부찌개 등 한국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신오쿠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붐볐을 것이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후 신오쿠보에서 한국과 재일코리안을 표적으로 삼는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가 있었을 때는 신오쿠보를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엔 한·일 관계와 상관없이 찾는 사람이 많다. 옥 대표는 “한류팬에 젊은 세대가 많아졌는데 이들은 한·일 관계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닭고기는 한국에서 수입할 수가 없어서 일본에서 구하지만, 양념은 한국 호식이두마리치킨에서 쓰는 것과 똑같다고 한다. 이번에 같이 먹은 일본 친구들도 양념치킨은 처음 먹어 봤다며 한국에 여행 온 것 같다고 좋아했다. 옥 대표는 올해도 새로 가게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치킨집이 늘어난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코로나19다. 일본에선 코로나19 전까지는 배달문화가 한국처럼 보급돼 있진 않았는데 빠른 속도로 음식 배달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인기 메뉴가 치킨이다.
 
미스터 치킨(Mr.チキン)은 배달 전문 치킨집으로 2019년에 가게가 2개였는데 현재 10개로 늘어났다. 조만간 2개 더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본에서 만든 치킨집이다. 박정희 대표는 “일본 대규모 쇼핑몰에서 ‘한국풍 아마카라소스 가라아게(韓国風甘辛ソース唐揚げ)’라는 이름으로 양념치킨 비슷한 것을 파는 것을 보고 일본에서도 팔리겠구나 예상했다”고 한다. 아마카라소스는 한국 양념소스를 뜻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 책 『한국 드라마 식당』. [사진 나리카와 아야]

드라마에 나오는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 책 『한국 드라마 식당』. [사진 나리카와 아야]

미스터 치킨에서 인기 메뉴는 양념치킨과 허니버터치킨이다. 맛은 한국 맛인데 양과 가격은 일본식으로 맞췄다. 일본에서는 배달로 1인분만 먹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M, L 사이즈로 나누고 M 사이즈를 780엔(약 8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한국 치킨은 한 마리가 기준이었고 가격도 그만큼 비쌌다.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주문이 확 늘어났다. 도쿄뿐만 아니라 가나가와(神奈川)나 사이타마(埼玉) 등 수도권에서도 확산 중이다.
 
일본에서 음식 배달이 늘어난 것은 주로 배달서비스 ‘우버이츠’를 통해서다. 요즘은 우버이츠(Uber Eats)라고 쓰여진 큰 가방을 매고 자전거로 달리는 배달원을 정말 자주 본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지만 배달원들이 바쁘게 드나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전까지는 본 적이 없던 풍경이다.
 
미스터 치킨이 빠르게 알려진 데는 유튜버들의 동영상이 한몫했다. 미스터 치킨은 우버이츠 어워드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도 한번 정착한 배달문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클라우드 키친’사업에도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 치킨 외의 다른 음식점 메뉴도 공유주방에서 조리하고 배달하는 서비스다.
 
한국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건 치킨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랑의 불시착’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던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순두부찌개 등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드라마에 나온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 『한국 드라마 식당(韓国ドラマ食堂)』이 일본에서 출판돼서 벌써 2쇄를 찍었다.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온 두루치기,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나온 메추리알 장조림 등 지금까지 일본에서 잘 안 알려졌던 가정식도 소개됐다. 책에는 일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된 레시피가 많이 들어 있다.
  
“삼겹살 먹고 한국 서민 요리에 빠져”
 
혼다 토모미(本田朋美) 한국요리연구가가 주로 레시피를 고안했다. 혼다는 상사에서 근무했을 당시 한국에 출장 가는 일도 많아 한정식 등 고급 한국 요리를 먹을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그는 “신오쿠보에서 삼겹살을 먹고 서민적인 한국 요리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 후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국 요리를 만들기 시작하고 점점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이번 책에서는 되도록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생각했다고 한다, 출판 후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한테 “나도 만들 수 있다”는 소감이 와서 기쁘다고 한다.
 
칼럼은 핫타 야스시(八田靖史) 코리안푸드칼럼니스트가 썼다. 원래 핫타는 SNS를 통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음식에 대한 사진과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컸던 것이 이번 책 출판의 계기가 됐다. 그는 1999년 한국에 유학하고 그때부터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본에서 한국 음식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출판했다. 칼럼은 드라마 속 음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 요리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등 드라마만 봐서는 모르는 해설을 곁들였다. 드라마도 음식도 즐길 수 있는 내용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는 못 가지만 한국 드라마 붐 속에서 대리만족처럼 코리아타운에 가거나 배달로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또 집에서 한국요리에 도전해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나 또한 몇 달 동안 한국에 못 가고 있는 사이에 한국 요리 실력이 는 것 같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밖에서 먹을 수 있어서 한국 요리는 거의 만들지 않았는데 일본에 있으면 먹기 위해서 자꾸 만들게 된다. 그런데 이 대리만족은 언제 끝날까요.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한국영화에 빠졌다.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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