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두 얼굴[횡설수설/김선미]
프랑스의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비바 테크놀로지’를 2018년 파리에서 참관했다.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계 수장들이 대거 파리로 몰려온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란 건 따로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사회적 책임을 지는 착한 기술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유럽만의 규제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이후 구글은 프랑스에 온라인 교육센터들을 지었다.
▷‘구글과의 전쟁’의 전초전이었다. 프랑스는 2019년 3월 구글이 돈 한 푼 안 내고 기사를 노출시킨다며 뉴스 사용료를 요구했다. 그해 7월엔 유럽연합(EU) 중 처음으로 디지털세(稅) 법안도 통과시켰다. 국경을 초월해 돈을 버는 미국 기업 구글이 프랑스에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구글은 항복했다. 최근 프랑스 신문협회 격인 APIG에 뉴스 사용료로 3년간 7600만 달러(약 838억 원)를 내기로 했다. 뉴스 사용료 지불 법안을 만들겠다는 호주에서도 돈을 내기로 했다.
▷지난해 9월 구글은 모든 콘텐츠에 ‘인앱 결제’(자사 마켓에 입점한 앱 개발사에 적용하는 결제)를 의무화하며 수수료를 30% 떼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이 수수료를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의 소금세에 빗대며 반발했다. 인도의 150여 개 스타트업이 이에 대항하는 앱 장터를 만들겠다고 나서자 구글은 무릎을 꿇었다. 수수료 인상 시기를 인도에서는 2022년 4월까지로 미뤘다.
▷한국은 미국과 인도에 이어 구글의 전 세계 매출을 이끄는 세 번째 나라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앱 매출액 중 66.5%가 구글 앱 매출액(5조47억 원)으로 구글에 지급하는 연간 수수료가 무려 1조529억 원이다. 그런데도 구글은 지난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등 VIP 고객 국가를 홀대하더니 인도에서는 미룬 인앱 결제 의무화를 한국에서는 올해 말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구글은 한국에서 최대 1568억 원을 더 벌게 된다.
▷구글은 1998년 창립 때부터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력한 검색엔진, 메일 포토 드라이브 등 무제한에 가까운 정보 저장 서비스로 시장을 평정했다. 기업의 이윤 활동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구글이 비싼 플랫폼 통행료(수수료)를 받아야겠다면 우는 아이 떡 주듯 하지 말고 정보의 정당한 비용(뉴스 사용료)부터 각국에 지불하는 게 맞다. 구글은 코로나19 시대 인류의 생필품이지만 개인정보 수집과 감시의 논란도 낳는다. 구글이 사회적 책임을 지려면 ‘사악해지지 말자’던 초심부터 되새겨야 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