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울던 2020년… 경제 예능은 호황
초보 투자자 등 특정층 타깃 주효… 재테크·주식 등 다룬 TV프로 인기
입력: 2020.12.06 20:47
- 올해 재테크·부동산·주식 등을 다룬 경제 예능이 활기를 띠었다. 예능 포맷으로 경제 정보를 쉽게 전달해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방송사 제공
“더 좋은 주식을 발견했는데, 현금이 없다면 파세요.” “아, (돈) 번 거 아니에요. 그게 15분 지연 시세거든요. 곧 떨어져 있을 거예요.” 카카오TV의 야심작 ‘개미는 오늘도 뚠뚠’ 속 장면들이다. 매도 타이밍을 못 잡을 때는 생활밀착형 조언을 건네고, 미국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는 15분 지연 시세부터 꼼꼼히 따져가며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초보 투자자)의 흔한 시행착오를 짚어낸다.
올해는 재테크·부동산·주식 등을 다룬 경제 예능의 호황기였다. 예능의 포맷으로 경제 정보를 쉽게 전달해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재테크에 관한 관심은 경제난 등 사회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이전에도 경제 예능이 여러 편 론칭되긴 했지만 흥행작은 드물었다. 2017년 ‘김생민의 영수증’ 등이 반짝 화제를 모았던 게 사실상 전부다.
올해 흥행한 경제 예능의 특징은 타깃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초보 투자자나 신혼부부 등 2030세대를 공략했는데, 이들은 최근 부동산대란 등 사회 침체기로 내 집 마련 같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특히 짙게 하는 집단이다. tvN ‘시프트’에 출연한 원더걸스 출신 혜림은 재테크 상담을 받으며 “30대가 다가오니 정신 차리고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또래의 입장을 대변했다. 여기다 욜로(현재의 행복을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 트렌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재테크에 부쩍 관심이 쏠렸다. 경제 정보에다 2030세대 문화인 B급 유머 코드까지 잡았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카카오TV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경제 예능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프로그램 시작 전, 손실 위험이 있는 민감 정보를 다루다 보니 노골적인 요소가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수익보다 교육에 방점을 찍으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박진경 CP는 앞선 간담회에서 “촬영과 방송 날짜에 기간을 두고 있어 수익의 민감성보다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OTT 기업 넷플릭스가 화두였다. 전문가는 지금의 독주 체제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곧 출범할 디즈니플러스를 언급했다. 그가 IP(지식재산권) 면에서 우세한 디즈니플러스의 흥행을 예측하자, 또 다른 전문가는 디즈니의 큰 수입원은 디즈니랜드와 영화인데 코로나19 여파로 둘 다 바닥을 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반등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하면서 결정 폭을 넓혔다. 단순히 특정 기업의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매수 전 선행해야 하는 기업 분석 단계에서의 사고 과정을 일러주는 형태다.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의 ‘빈집살래’는 젊은 층에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좋은 집에 관한 단편적인 기준이 아닌, 리모델링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공하는 식이다. 채널A ‘황금나침반’도 예능적 요소를 녹이며 회를 거듭할 수록 젊어지고 있다. 불황을 헤쳐나가는 모든 신입사원의 재테크 길라잡이가 되겠다는 콘셉트인데, 이런 특징은 SBS ‘돈워리스쿨’과 KBS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에도 묻어난다. 모두 2030세대를 타깃으로 B급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제 정보를 버무렸다.
다른 예능에서도 수요에 발맞춰 재테크 정보를 녹이는 방식으로 시청자를 끌어오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이런 말이 나왔다. “소비해보고 괜찮다고 느끼면 주주가 되세요. 전 지갑이 어디서 열리는지 주목합니다. 다들 주가를 보지만 사실 출발지는 소비죠.” 투자 전문가 강방천 회장의 조언이다.
돈을 다루다 보니 부작용도 짙다. 지난 9월 방송한 MBC ‘돈벌래’는 교양 있는 부동산 예능을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래서 사야 하냐’ 같은 원색적인 메시지만 남겼다. 당초 4부작 파일럿으로 예정됐으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에 부딪혀 2부작으로 종영했다.
정보 공급자가 단정적인 주입 방식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는 앞선 테슬라 주가 폭락 사태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9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신기술 설명회 직전까지 다수의 국내 경제 프로그램이 앞 다퉈 테슬라를 인기주로 꼽았었다. 하지만 발표 직후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10% 이상 곤두박질쳤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