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기획┃타락한 드라마①]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찾는 시대
박정선 기자
입력 2020.11.25 06:00 수정 2020.11.24 17:54
ⓒSBS
‘막장 드라마’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이젠 드라마의 한 장르로까지 여겨진다. 그런데 이 장르는 제작진이나 배우들에게는 기피 대상이다. ‘명품 연출’ ‘연기파 배우’ 등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막장 드라마 연출 PD’나 ‘막장 드라마 출연 배우’란 타이틀은 달갑지 않다. 그러나 일부 제작자나 작가들 중에서는 은연중에 선호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시청률을 바탕으로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의 흐름과 대외적 환경 등 들여다 볼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들은 가족극의 ‘탈’을 썼다는 점이다. 제작발표회 때, 이들은 흔히 힘든 상황에서 가족들이 서로 믿고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힘든 상황’이 보여주는 스토리가 비현실적이거나,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법적인 내용들이 향연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가족극’의 탈을 벗고 ‘막장 드라마’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는 ‘막장 트로이카’ 등으로 불리는 작가진이 있다.
둘째, 왜 이런 드라마가 몇 십년간 이어져 오냐는 것이다. 이유는 실상 간단하다. 제재를 제대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제재 기관은 있지만, 제재 수위가 약하다. 혹자는 ‘과연 기준이 있냐’라는 지적까지 한다.
셋째, 막장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그런 작품을 써내는 작가들을 품고 가는 방송사의 사정을 들여다본다. 시청률은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명품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무조건 담보하고,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면 ‘막장 드라마’가 발붙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조건’에 가까운 드라마는 ‘명품’이 아니라, ‘막장’이다.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나오고, 그것을 찾는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어쩌면 ‘막장 드라마’가 나오는 이유가 드라마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한 번 ‘막장 드라마’에 진단기를 대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