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지푸라기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따스합니다.
지푸라기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 무엇 또는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새가 물어 둥지로 가져가면 따스하게 해 줄 집의 일부로, 소가 먹으면 소의 살이 되며, 벽돌 속에 들어가 단단하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당당한 소나무와 느티나무 같은 삶도 있지만 지푸라기 같은 삶도 가치있는 삶입니다.
당신의 삶이 어떤 삶이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가치 있는 삶입니다.
지푸라기
정호승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