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헷갈리는 식품 라벨, 한 자리에서 끝내기
- 2020.10.20.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후 건강 음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등한시했던 관련 인증 마크도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식품 라벨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 소비자는 손쉽게 제품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생산자는 제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라벨에 대해 소비자 인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틈을 이용해 국가가 인증하지 않는 마크로 위장해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다. 더이상의 혼란을 멈추고, 한 자리에서 용어를 정리할 수 있도록 리얼푸드가 다양한 식품 라벨을 정리했다.
▶유기농과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의 차이는?
유기농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으나 ‘무농약’과 ‘친환경 농산물’과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국내의 경우 유기농과 무농약은 모두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포함돼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유기 농산물에 대해 ‘3년 이상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물을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무농약’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1/3까지 사용할 수 있다.
국가에 따라서 개념도 다르다. 미국 농무부에서는 유기농을 합성농약, 합성비료뿐 아니라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사용도 허락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는 한국과의 ‘유기농 가공식품 동등성협정’에 따라 유기농 인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유럽은 ‘유로리프(Euro-leaf)’, 미국 ‘USDA ORGANIC’ 표시를 확인하면 된다.
▶동물복지의 기준
풀무원이 동물복지 달걀로 만든 편의형 반숙란 ‘동물복지 촉촉란’ [사진=풀무원 제공] |
단어조차 낯설었던 ‘동물복지’ 인증이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품 라벨이 됐다. 동물복지 마크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가 인증한 축산물 인증이다. 즉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한 축산농장에게만 주어진다. 구체적으로 동물 선발 시 상처입은 동물과 만삭인 동물은 제외하고, 차량 탑승 혹은 하차 시에도 구타를 하거나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 닭의 경우 ‘무항생제’는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외부 오염 물질과의 접촉을 차단한 상태에서 키운 닭을 말한다. 동물복지 인증을 표시한 달걀이나 우유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수요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는 축산 농장이 매년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262곳으로 확대됐다.
▶HACCP,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 인증이란?
해썹(HACCP)이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의 줄임말이다. 식품의 생산부터 소비자가 섭취하는 최종 단계까지 식품의 안전성과 건전성·품질을 관리하는 위생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HACCP 의무적용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12월부터는 과자, 사탕과 같이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기호식품도 해썹 인증을 의무화한다.
GAP 인증은 농산물우수관리 국제 인증을 말한다. 모든 단계에서 농약, 중금속 등 위해 요소를 철저하게 관리한 농산물에게만 수여하기 때문에 ‘농산물 안전의 마침표’라 불린다.
▶MSC, ASC 마크가 필요한 이유
미래에도 해양이 오염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협력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인증 제도가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 해양관리협의회)와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수산양식관리협의회)이다. 간혹 친환경 인증이나 프리미엄 상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조업한 수산물을 의미한다. 지난 2010년 세계자연기금(WWF)과 IDH(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무역)이 공동 설립한 제도로, 해양자원의 남획과 양식의 과밀화로 인한 오염을 막고 지속가능한 양식어업을 추구하기 위한 국제 인증 제도다. 해양생태계 및 어종 보호, 국제규정 준수 여부 등 조업 과정 전반에서 30여개에 달하는 요소를 평가해 인증 절차를 진행한다. MSC는 ‘잡는 어업’을 대상으로 하며, ASC는 ‘기르는 어업’인 양식업에 대한 인증이다. 우리나라는 전복에 대한 ASC 인증 최다 보유국으로, 완도의 26개 어가에서 ASC 인증을 취득했다.
▶헷갈리는 ‘무설탕’·‘무가당’
과일주스 구입시 발견하는 ‘무설탕’과 ‘무가당’은 소비자가 헷갈려하는 표시중 하나다. 모두 설탕을 넣지 않고 건강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무설탕’은 말 그대로 설탕이 없거나 0.5g 미만으로 설탕이 함유된 제품을 말한다. 인공 감미료나 올리고당, 액상과당도 가능하다. 반면 ‘무가당’은 어떤 종류의 감미료도 첨가되지 않는다. 대신 과일 등의 재료에서 유래한 천연 당분은 들어있을 수 있다. ‘첨가당’을 줄이고 싶다면 ‘무설탕’보다는 ‘무가당’의 선택이 좋으며, 이 역시 제품의 당분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100% 천연과즙’ 혹은 ‘100% 농축과즙’ 또한 다른 과즙을 섞지 않고 해당 과즙만 썼다는 의미이므로, 물이 들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도 ‘비건 인증’이?
전 세계적으로 비건(vegan·완전한 채식)이 확산됨에 따라 비건 인증도 식품 선택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유명한 비건 인증기관으로는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 나 프랑스의 이브(EVE)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비건 인증기관이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비건 인증기관이 없어 생산업체는 해외 인증기관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컸으나 지난 2018년 한국비건인증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 비건 인증·보증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생산 공정에서는 동물 유래 성분과의 교차 오염이 없어야 하며, 동물실험을 통한 제품 개발 및 제조도 안되는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받는다.
▶‘건강기능식품’ 확인하세요
혈관 속 지방을 녹인다는 ‘크릴오일’이나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인 ‘ABC주스’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것과 ‘건강기능식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그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이 절차를 통과한 제품만이 포장 겉면에 ‘건강기능식품’ 문구를 표기할 수 있다. 반면 건강식품, 천연식품 등으로 불리는 일반 식품은 섭취량 기준이 없으며, 기능성에 대한 정부의 과학적인 인정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식품, 천연식품 등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제품 구매 시 포장 겉면에 표시된 ‘건강기능식품 인정마크’를 꼭 확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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