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거기서 ‘디즈니’?...LGD가 디즈니와 손잡은 까닭
LG가 디즈니에 공짜로 TV 제공
입력 2020.10.21 10:00
LG디스플레이가 미국 디즈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소 뜬금없다. TV 부품 제조사와 세계 최대 엔터 업체가 서로 도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주로 TV에 들어가는 OLED 디스플레이는 만드는 회사다. 예컨대 OLED TV를 구매하면 전면에 있는 유리 화면처럼 보이는 패널을 LG디스플레이가 만든다. 전세계에 20개 가까운 OLED TV 제조사가 있는데 다들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쓴다. 60인치~80인치나 되는 큰 OLED 패널을 만드는게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이다.
파트너십 골자는 LG디스플레이와 월트 디즈니의 자회사인 ‘디즈니 스튜디오랩’(StudioLAB)간 OLED 기술 협업이라는 설명이다. 디즈니 스튜디오랩은 첨단 영화 촬영 기법 및 편집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3년간 양사는 디즈니 영상 전문가를 위한 콘텐츠 제작용 OLED TV 협력과 함께, OLED 기술과 디즈니 컨텐츠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결국 LG디스플레이가 OLED TV를 공짜로 디즈니에 제공하면, 디즈니는 이걸 활용해 영화를 만든다. LG는 이걸 ‘OLED가 얼마나 좋은지’를 알리는 홍보 수단으로 삼는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LG가 디즈니에 OLED TV 공짜 제공
LG디스플레이는 마블(Marvel), 픽사(Pixar), 폭스(Fox), 루카스 필름(Lucasfilm) 등 영화 제작사를 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The Walt Disney Studios)에 콘텐츠 제작용 OLED TV를 공급한다. 예컨대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 스튜디오’에 88인치 크기의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등을 설치한다. 영화 제작 및 후반 편집에 OLED TV를 사용한다. 사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만 만들뿐, TV는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LG전자가 자사 패널로 만든 TV를 사서, 디즈니에 공짜로 전해주는 그림일 가능성이 크다.
공짜로 디즈니에 TV 줬다고 자랑한, LG디스플레이의 ‘홍보 오버’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디즈니의 고민 한켠을 파고든 파트너십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최근 디즈니플러스라고, 넥플릭스와 똑 같은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내놨다. 고객들이 집에서 디즈니 영화를 볼때, 어떤 화면을 접할까라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영화관과 TV는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디즈니로선 ‘OLED TV’를 주목했고, 당연히 이 분야 세계 1위인 LG디스플레이의 손을 잡은 것이다. 앞으로 각종 신작 시사회에서도 OLED TV를 등장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디즈니 영화, 이제 집에서 볼땐 넷플릭스 말고 디즈니플러스로 보세요. 요런 OLED TV로요.”라는 메시지다.
디즈니의 고민을 함께 한 LG의 전략
여기에 사실 영화 제작에서 후반 편집은 영상 원본을 제작자가 의도한 색으로 보정하고, 컴퓨터 그래픽을 입히는 과정 등으로 영상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의 성능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OLED는 이전의 브라운관이나 LCD와 완전 다른 기술 포인트가 있다. 스스로 빛을 낸다. 브라운관이나 LCDTV는 패널 뒤나 옆에 현광등이든 LED(빛을 내는 반도체)를 달아야한다. 말하자면 유리 뒤에 전등을 달고, 유리에 동작을 구현하는건데, 최대 취약점은 ‘완전한 검은색’은 불가능하다는 대목이다. OLED는 가능하다. ‘빛을 끈 부분’은 검은색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당연히 화면 기술의 진화에도 관심이 많다. 디즈니 운영 사업장에 투명 OLED와 같은 차기 기술을 체험하는 공간도 만들 예정이다. 블루라이트 저감이나 플리커 프리와 같은 눈 건강에 좋은 화면에 대한 협력도 진행한다는게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플리커는 현광등에서 나타나는 깜박 거리는 현상이다. 우리 눈엔 안보이지만 깜박거림은 눈 피로감을 높인다.
말블 스튜디오의 기술총괄인 에디 드레이크(Eddie Drake)는 “OLED는 차원이 다른 화질을 구현하며, 영화 제작자와 팬들에게 최고의 시청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TV사업부장 오창호 부사장은 “OLED TV로 제작한 디즈니 컨텐츠의 감동을 가정에서도 OLED TV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OLED로 디즈니 영화를 보면 정말 더 임장감이 뛰어날까. 아직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에 론칭하지 않아, 당장 확인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