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통신원
커플 성사까지 ‘30일’ 대학가에 부는 ‘랜선 소개팅’ 바람
2020-10-18 17:08:00.0
△데이터 분석으로 연애상대를 찾아주는 내용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사진 제공=넷플릭스)
[한경 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나채영 대학생 기자] 인공지능 시스템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짝을 찾아주고, 관계의 유효기간도 정해주는 세상.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시스템의 연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 속 데이팅 앱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연애 상대를 찾아준다. 소개팅 성공 확률은 99.8%다. 앱이 맺어준 커플들은 “시스템이 있기 전 알아서 짝을 찾아야 했을 때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말한다.
현실이 드라마와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사회적거리두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만든 탓이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데이팅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 데이팅 앱 ‘스카이피플’의 2020·5월 총 이용시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증가한 11만 시간을 기록했다.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다른 데이팅 앱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게임이 아닌 앱 중 넷플릭스를 제치고 전 세계 소비자 지수 지출 1위를 차지한 틴더는 코로나19 이후 대화시간이 10~30%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커플 성사까지 30일 “공통 관심 분야를 아니까 이야기도 쉽죠”
실제로 온라인 만남을 통해 성사된 커플을 만나봤다. 중앙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지(24) 씨는 올해 4월 데이팅 앱으로 지금 남자친구를 만났다. 커플로 성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일. 하지만 김 씨가 처음부터 데이팅 앱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김 씨는 ‘자만추’ 즉 자연스러운 오프라인 만남을 선호했었다. 소개팅이 잘 안됐을 땐 친구에게 미안했고, 동아리 모임엔 코로나19로 자주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학교 선배의 데이팅 앱 연애 성공기를 전해듣고는 ‘틴더’를 다운 받게 됐다.
틴더 사용은 어렵지 않았다. 김 씨는 상대의 프로필을 꼼꼼히 체크해 사진, 나이, 자기소개 글이 성실히 작성되어있는 이들에게 호감표시를 했다. 대화는 만남으로 이어졌다. 매 주말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났다. 모두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자기사진이 아닌 프로필을 올려놓는 사람도 있었고, 만나자마자 성적인 발언을 일삼던 사람도 있었다.
김 씨는 몇 번의 실패 끝에 일종의 ‘분별법’도 생겼다며 웃었다. 비법은 SNS가 연동되는 프로필을 보는 것이다. 개인의 SNS를 공개할 정도라면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판단했다고. 다양한 전공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어떤 사람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연애를 ‘준비’할 수 있었다.
김 씨의 남자친구는 좋아하는 전시회, 영화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한 첫 데이트를 시작으로 매주 만나 취미생활을 함께했다. 물론 데이트를 하면서도 데이팅 앱 사용은 멈추지 않았다. 혹시 모를 이별에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호감을 가진 채 한 달여간 만남을 반복했고, 남자친구에게서 데이팅 앱을 함께 지우자는 권유와 함께 1일이 시작됐다.
그렇게 두 사람은 200일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김 씨 커플은 아직 주변 사람에게 틴더로 만나게 됐다는 것을 알리지는 않았다. 김 씨는 “아주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곤 소개팅을 했다 설명한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편견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든 것 같다”며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는 질문부터 곧 헤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지인들은 여전히 걱정한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 ‘소개팅’ 검색 캡처.(사진 제공=나채영 대학생 기자)
대학교에서 만나는 ‘실시간 소개팅’
최근 대학가 커뮤니티에서도 온라인 만남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실제로 학우들과 소개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소개팅’을 검색하면 소개팅앱 후기, 소개팅 게시판 이용 문의 등 온라인 만남 관련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 ‘00의 소개팅’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셀프 소개팅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게시판에 성별, 키, 연애관 등을 올리면 글쓴이를 만나보고 싶은 이들이 댓글 또는 쪽지를 보내 연락하는 방식이다.
△경희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미팅 프로젝트 ‘비프렌즈’.(사진 제공=나채영 대학생 기자)
온라인 실시간 미팅도 등장했다. 경희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온라인 미팅 프로젝트 비프렌즈는 온라인 소개팅을 진행해주는 프로젝트다. 참가 링크에 실명, 전화번호, 참가 희망 날짜를 제출하면 3대 3 미팅이 진행된다. 온라인 zoom 미팅에는 진행자도 존재한다. 진행자는 주선자임과 동시에 감독관의 역할을 한다. 사전에 차별 또는 성희롱으로 느껴지는 언행, 행동을 자제할 것을 공지하고 상대방의 동의 없이 미팅 과정을 캡처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 사용자를 경고 혹은 강퇴할 권리도 주어진다. 진행자는 노쇼(No show)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보증금 1만원을 걷는다. 보증금은 미팅 참여 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할 경우 대신 나갈 사람을 구해야만 보증금 면제가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의도, 미팅도 비대면으로 하는 시대가 왔다. 연애도 가능하다. 옛날과는 다르게 진지한 마음으로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랜선으로 시작하는 연애, 무조건적인 거부감으로 배척하기보다는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채영 (경희대4)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