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브리핑] 1만3천원짜리 영화표
입력 2020.10.19. 17:57 수정 2020.10.19. 18:15
영화관에 입장하는 관객들. 사진=뉴시스
"1만3천원"
8천원에 영화 한 편 보던 시절은 너무 옛날일까요? 작년에는 약 1만2천원에 영화를 관람한 듯 싶습니다. 영화 한 편에 팝콘과 콜라까지 더하면 1인당 2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았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온전히 신작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국내 영화산업의 큰 축 CGV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찬바람이 부는 영화 시장 속 자구책 마련을 위해섭니다. 당장 티켓값이 인상됐습니다. 26일부터는 주말 영화관람을 위해선 1인당 최소 1만3천원씩 내야합니다. 영화관 수도 줄어듭니다. 3년 안으로 전국 CGV 상영관 수가 30% 감소합니다. 갯수로 치면 최대 40곳입니다.
티켓값 인상에 그나마 영화관을 찾던 수요층은 뿔이 났습니다. 이들은 "관객에게 강제로 기업경영악화에 따른 고통을 분담케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속 고사 위기의 영화관을 먹여살린 일등공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작 가뭄과 명작 재탕 속에서도 말입니다.
앞서 CGV는 몇해 전부터 관객 선호도를 이유로 좌석 가격 차등제를 실시해왔습니다. 당시 관객들이 주로 앉는 중간~끝열의 가격을 1만 2천원으로 올리면서 사실상의 '꼼수인상'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CGV의 티켓값 인상이 고깝지 않은 눈초리를 받는 이유중 하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영악화라는 불가피한 사정 속에서도 말입니다.
1만3천원은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의 한 달 이용료와 비슷한 가격. 과연 영화관이 허리끈만 졸라 매서 경영난을 타개할 수 있을까요. 애써 사로잡은 집토끼들의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천만 관객 시대가 저무나 봅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