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운 기자의 드라마를 마시다] 찝쩍대는 남자 앞에서 ‘미모사’를 마신 이유?
‘셀링 선셋’의 칵테일
넷플릭스
“술 한잔 어때요?” (남)
“전 그냥 물 마실게요.”(여)
“그 집은 제가 사려고 눈여겨보고 있어요.” (남)
“그럼 안전하게 미모사로 할게요.”(여)
넷플릭스 드라마 ‘셀링 선셋’ 무대인 오펜하임 그룹의 부동산 중개업자 마야(Maya)는 남성 고객을 만날 때마다 긴장한다. 이미 남편이 있는 유부녀지만 위 대화 속 고객 탈(Tal)처럼 일을 핑계로 사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야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일하고, 남편은 마이애미에 있는 ‘롱디(장거리) 부부’. 마야가 탈에게 “제가 결혼한 건 아시죠?”라고 묻자, 탈은 “남편은 마이애미에 있고, 전 여기 있으니 가끔 이렇게 만나도 되죠”라며 유혹한다.
이처럼 거절하긴 어렵고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마야가 고른 칵테일은 ‘미모사’다. 샴페인과 오렌지주스를 1대1 비율로 섞은 것으로, 화사한 노란색이 미모사꽃과 닮아서 이름 붙었다.
이혜운 특파원미모사의 꽃말은 예민, 섬세, 민감. 툭하고 건들면 잎이 움츠러든다. 아프로디테 여신도 질투할 만한 미모를 갖고 자만하며 살다, 아폴로 신의 미모를 보고 부끄러움에 몸이 움츠러들어 그 자리에서 풀이 됐다는 미모사 공주가 어원이다. 탈이 조금만 건드려도 민감하게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마야의 마음을 담은 술인 셈이다.
유럽에서 미모사는 가볍게 즐겨 마시는 칵테일이다. 브런치나 결혼식, 기차나 비행기를 탈 때 웰컴 서비스로 종종 나온다. 유럽 상류사회에서는 ‘샹파뉴아로랑쥬’라는 식전주로 즐겼다. 영국에서는 ‘벅스 피즈’라고도 부른다. 집에서 먹다 남은 샴페인을 처리하기에도 좋다.
기존 샴페인에 달고 상큼한 맛을 더해주기 때문에 방심하다 보면 알코올 도수는 잊어버리고 술술 마시게 된다. 미국 과학도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빅뱅이론’에서 인도 유학생 라제쉬 쿠트라팔리(쿠널 나이어)가 방심하고 마시다 진상 부리는 장면 속 술도 미모사다.
샴페인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중 제일 유명한 건 ‘샴페인 칵테일’이다. 샴페인과 각설탕, 아로마틱 비터즈가 들어간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험프리 보가트의 명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마시는 술이다. 이미 1900년대 초에 레시피가 완성된 유서 깊은 칵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