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알아야 할 IT 트렌드 ⑩ ‘5G’를 알아야 더 멀리 내다본다
기사입력 2020.05.06 오전 11:53
[한경 머니=정순인 LG전자 책임연구원·<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 “내가 다른 사람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의 말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이라는 거인이 왔다. 이 거인의 어깨 위에 서자. 5G의 어깨 위에서 무엇을 내다봐야 할까. ‘5G는 00다.’ 00에 들어갈 말이 바로 5G를 정의하는 키워드다. 우리는 이것을 내다봐야 한다.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는 5G 이동통신이다. 배송로봇, 주차로봇의 자율주행과 원격제어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5G가 있어야 실시간 영상과 같은 고용량 데이터를 지연이나 오류 없이 실시간으로 로봇과 관리 시스템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5G’가 대체 무엇이기에 세상을 뒤흔들 수 있단 말일까.
VR·AR
3세대(3G) 시대에는 카카오톡이 있었다. 롱텀에볼루션(LTE) 시대에는 유튜브, 넷플릭스가 있었다. 그렇다면 5G 시대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 있다. VR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을 컴퓨터를 이용해 마치 현실처럼 표현해 주는 기술이다. 시각, 청각, 운동 감각을 느낄 인공적인 공간을 컴퓨터로 만들어 내고 인간이 마치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AR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 상품, 건물 등의 현장 영상에 문자, 그래픽과 같은 부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중첩 및 합성해 보여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필라테스 운동기구 상품을 비추면 그 상품의 가격, 효과, 사용 방법을 현재 영상에 덧입혀 3차원(3D) 영상으로 보여 주는 식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을 활용해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5G라는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 낸 브랜드는 자율주행,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등이 있는데, 그중 콘텐츠와 관련된 대표 브랜드는 단연 VR와 AR다. 각 통신사들은 해당 통신사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자적인 VR, AR 서비스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VR, AR는 게임, 쇼핑, 교육을 막론하고 활용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신기하고 재미있음은 물론이요, 실제와 똑같이 만든 가상 환경이므로 더욱 정확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정교한 원격 수술, 원격 진단에 VR, AR를 접목하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VR, AR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인다. 가구업계와 패션업계는 VR, AR를 통해서 아직 사지 않은 가구를 내 방에 배치해 보거나 구매를 고민 중인 옷을 입어 본 모습을 미리 보여 준다. 가상 체험 후 바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능도 물론 있다. 지금은 소비자가 VR, AR로 단순히 오락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VR, AR는 재미있고 신기한 엔터테인먼트 체험을 넘어서서 우리 생활에 필수적 요소로 다가왔다.
클라우드 게임
VR, AR를 활용한 게임이라든지, 자이로 센서가 필요한 게임이라든지, 터치스크린이 활성화돼야 하는 게임이라든지, 특정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게임을 하려면 사용자가 자신의 디바이스에 복잡한 환경 설정을 미리 해 둬야 했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게임은 안 해도 된다. 클라우드 게임은 클라우드 서버만 접속하면 게임을 바로 할 수 있다. 클라우드 안에 게임 환경 세팅이 이미 다 돼 있기 때문이다.
이 편리한 클라우드 ‘접속’에는 5G가 필수다. LTE에서는 한정된 대역폭과 낮은 속도로 인해 클라우드 방식의 VR 게임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없었다. 중간에 화면이 끊기거나, 버퍼링이 있거나, 음악과 이미지가 안 맞거나, 화질이 안 좋았다는 말이다. 5G는 이런 문제를 단박에 해결한다. 5G가 클라우드 게임을 널리 확산시키는 날개인 셈이다. 각 통신사들은 앞 다투어 5G라는 해결사를 대동한 클라우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참여
5G 시대 엔터테인먼트는 꼭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가듯 게임 리그를 직접 관람하는 문화도 중요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70%는 본인이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게임 영상 콘텐츠를 찾아서 보고, 게임 리그를 직접 자주 관람도 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게임이나 스포츠를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지금 관람하고 있는 게임이나 스포츠의 플레이어가 잘할 때 같이 기뻐하고, 실수할 때 함께 탄식하고, 위기일 때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경기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도 즐긴다. 마치 내가 진짜 게임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을 느끼거나 내가 공을 지금 차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5G 시대는 이전 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 관람, 관전 느낌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주최자, 선수, 관람자 같은 모든 개개인이 다 실시간으로 게임에, 경기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가 네트워크 속도도 받쳐 주고, 질도 받쳐 주니까 말이다. 바야흐로 ‘양방향’ 서비스를 넘어 ‘N대N’ 서비스 시대다.
연결
제품-서비스-고객, 그리고 제품-서비스-운영자를 촘촘하게 연결해 주는 것이 5G다. 예를 들어 보자. 5G 시대는 자판기 관리자가 일일이 자판기를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5G로 연결된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활용하면 현재 자판기의 재고 현황, 더 필요한 제품, 고장이 예상되는 부품, 점검이 필요한 기능, 교체가 필요한 부품을 자동으로 알 수 있다. 자판기 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5G가 본사에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결과가 운영 담당자에게 통지만 되는 수준이 아니다. 5G IoT는 더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제품을 배송하는 업체에, 곧 고장이 예상되는 부품이 있다면 부품을 수리할 서비스센터에 아예 이 상황을 바로 통지한다. ‘A제품이 100개 더 필요하니 가져오라’고. ‘B부품이 일주일 후 고장 날 확률이 높으니 일주일 안에 수리하러 오라’고 말이다.
테슬라는 이미 판매를 시작한 차에서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는 심각한 설계 문제에 맞닥뜨렸던 적이 있다. 테슬라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테슬라는 고객들이 시간을 내어 불편하게 리콜을 받으러 서비스센터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모든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소비자들이 잠자는 하룻밤 사이에,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런 방식은 5G 시대에 데이터 통신 속도, 양, 안전성이 보장되면서 점점 더 많은 업계에서 차용할 것이다. 이미 수많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던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못 보던 새로운 메뉴가 추가돼 있고, 버튼의 옵션 개수가 늘어나 있고, 홈 화면 구성이 바뀌어 있다.
고품질 콘텐츠
요즘 소비자 리서치회사에서 고객 취향, 선호도 조사를 어떻게 하는지 아는가. 더 이상 종이나 웹으로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다. SNS를 훑는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사용 후기를 남긴다. 그것도 동영상과 이미지를 사용해서 충실하게 올린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면이 부족하고, 이런 점이 편리했고, 저런 점이 불편했고, 어떤 기능이 지난 버전보다 나아졌는지 조목조목 따진다.
소비자들은 직접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 이런 사용 후기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SNS에 후기를 풀어 놓는다. 그래서 요즘 소비자 리서치회사, 마케팅팀, 상품기획팀은 다 SNS에 올라온 각종 자료를 빅데이터로 삼아 받아들일 점, 개선할 점을 최우선으로 도출한다. 특히 5G 시대가 되면서 고화질, 고용량의 영상이나 이미지 업로드, 다운로드가 간편해지면서 소비자들은 SNS에 점점 더 고품질의 후기를 업로드 하고 있다.
아무리 맛있고, 재미있고, 짜릿하고, 멋있어도 인증할 수 없다면 그것은 매력적이지 않다. 요즘 핫 플레이스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인스타그래머블’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SNS에 올릴 거리가 있는 공간이나 제품만 살아남는다. 이른바 소비자의 ‘인생샷’을 건질 명소와 건수를 제공해야 뜬다. 촬영을 적극 장려하는 미술관, 레스토랑, 서점이 요즘 계속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지와 동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빠른 통신 속도, 깔끔한 통신 품질, 탄탄한 대용량 파일 전송 기능은 필수다. 5G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인프라가 뒷받침되니 점점 더 고품질, 고용량의 이미지와 동영상 커뮤니케이션이 대세가 된다. 고품질, 고용량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점점 더 쉽고 간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5G와 고품질 콘텐츠는 서로의 존재 이유를 공고히 해 주며 시너지를 낸다.
인공지능
최근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인공지능(AI) 해설가를 활용했다. AI 해설가가 어떤 일을 했느냐 하면 관람객의 시선 움직임, 관객들의 대화, 모델의 움직임, 모델의 복장, 패션쇼 중간 중간 업로드 되는 SNS 콘텐츠, 현상 분위기 등을 종합해서 분석했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5G의 속도와 안전성이 필수다.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분석하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업로드, 다운로드 해야 하기 때문이다.
LTE 시대에는 통신 지연, 오류가 발생하기 쉬웠다. 하지만 5G 시대에는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 패션위크가 끝난 뒤 이 AI 해설가는 홍보용 후기 포스트와 비디오클립을 수백 개 만들어 냈다. 결과는? 이전 행사에 비해 콘텐츠 구독률이 4700% 증가했다(<초연결>,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이런 솔루션은 앞으로 패션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될 것이고, 이미 적용되고 있다. AI와 실시간 빅데이터를 결합하는 이 사업 방식이 필요하지 않은 업계는 없을 것이다.
요즘 큰 마라톤 대회에서는 경기가 끝난 후에 본인이 경기 중 달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받을 수 있다. 혼자 참가해 찍어 줄 가족이나 친구가 없어도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지인들이 대회장에 같이 왔더라도 이들은 출발선이나 골인지점 사진만 찍어 줄 수 있다. 한창 땀을 뻘뻘 흘리며 이 악물고 달리고 있는 나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수천에서 수만 명의 참가자들 사진을 대회 측 사진기자들이 일일이 한 명씩 찍어 둔 뒤 전달하기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참가자마다 사진을 찍은 다음 5G AI 기술로 번호표를 인식해 사진을 전달해 주는 기술이 생겼다.
빅데이터
아마존은 오프라인 사업도 계속 확장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 4-스타, 아마존북스, 홀푸드’로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일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아니다. 아마존은 이들을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온라인에서 데이터는 충분히 쌓이지 않느냐고? 아니다.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쌓인 데이터가 있어야 각 영역을 상호 보완해 주어 데이터가 더욱 정교해진다.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의 동선, 매니저와의 대화 동향, 구경하러 우연히 온 소비자와 실구매 소비자 패턴, 매장 분위기와 구매 결정 등 정성적이고 섬세한 데이터가 축적된다.
온라인에서는 어느 메뉴가 가장 많이 클릭되며, 몇 초 만에 소비가 결정되고, 어느 신용카드로 어느 기간에 구매가 많이 이루어지는지 등 정량적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인다. 온·오프라인에서 쌓인 데이터를 조합한 아마존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분석한 뒤 제작하고 판매한다. 5G 시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당장 눈앞의 제품 판매에 연연하지 않는다. 꾸준히 알짜 정보를 쌓고, 분석하고, 활용해 장기적으로 세일즈 효과를 낸다.
스마트 시티
지금까지 말한 ‘VR, AR, 클라우드, 참여, 연결, 고품질 콘텐츠, AI, 빅데이터’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다. 5G가 닻을 내린 라이프스타일을 ‘스마트 시티’라고 부른다.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 5G가 위에서 말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끝없는 미래 기술들이 모두 5G의 어깨 위에서 현실화된다. ‘5G는 00다’에서 00 속에 들어갈 수 있는 키워드의 끝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5G 시대, 지금 이 자리에서만 내다보지 말라. 5G의 어깨 위에서 내다보라.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