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때문에 삶이 괴로울 때, 위로 되는 이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뷰] <두 교황>
이은영 기자
20.09.23 15:52최종업데이트20.09.23 15:53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 포스터. ⓒ 넷플릭스
코로나19시대, 집콕과 재택근무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로 인해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넷플릭스 영화 추천'은 SNS 핫 키워드가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두 교황>은 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라며 추천하는 작품이다. 제42회 밀 밸리 영화제 관객상, 제23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 각본상 수상과 함께 골든글로브상,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제92회 아카데미상 후보로도 올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당시에는 추기경) 사이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브라질의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6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평생공로상을 받은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완벽한 연기력과 놀라운 싱크로율로 인해 더욱 화재를 모았다.
로또 같은 당신, 어느 하나 맞는 게 없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믿을 수 없었다. 바티칸 역사상 종신직인 교황이 생전 자진 사임하는 일은 700년 만에 처음이었다. 게다가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의 교황이 살아 숨 쉬는 일은 가톨릭 역사상 600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두 사람은 동일한 하느님을 믿는 가톨릭 수장이었지만, 영성부터 전혀 달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전통과 교리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지만, 교황 프란치스코는 개혁과 자비를 중시하는 진보적인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두 사람이 모여 대화를 나눌 때면 신학적 대립으로 인해 충돌할 수밖에 없었고, 성격마저 극과 극이어서 서로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재확인할 뿐이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 스틸컷 ⓒ Netflix
국가, 신념, 문화, 종교, 정치 성향, 취향, 가정환경, 성격 등 나와 다른 사람을 견딘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는 자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마음에 드는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 중에 "야! 너도? 나도!"가 있을까.
사회학자 알랭 에랭베르(Alain Ehrenberg)에 따르면, 현대인의 우울증이 증가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갈등 관계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과와 최적화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문화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갈등 처리 작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이를 비난하며 배척하는 습관은 결국, 자기 안의 에고를 키우며 나르시시즘을 강화해 나갈 뿐이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태도이기에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한 태도가 행복과 축복의 땅으로 넘어가려는 발목을 붙잡기 때문에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천국은 그 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이다.
흰두교도든 이슬람교도든 기독교도든, 당신이 삶을 사는 방식을 보면, 당신이 신에게 온전히 귀의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타인을 비난해서도 판단해서도 안되고 남에게 상처를 줄 만한 말을 퍼뜨려서도 안된다.
우리는 상대의 영혼에 신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없으며 그 영혼을 신이 어디로 인도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찌 남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마더 테레사
나와 다른 타자는 구원의 공식
영화 상영 내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건강 메이트는 그의 허리춤에서 이렇게 외친다.
"멈추지 마세요. 계속 움직이세요."
처음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전통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변화는 타협이다"라고 말했다. 개혁파 교황 프란치스코는 "변화와 타협은 다른 것이며, 주님께서 주신 삶은 변화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되받아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 스틸컷 ⓒ Netflix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장소를 옮겨가며, 대립각을 세우면서, 서로의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한다. 눈물의 방으로 함께 들어간 두 사람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서로의 상처와 실수와 나약함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마치 로또처럼 어느 것 하나 맞지 않았던 두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낸 것이다.
드디어 평행선 같던 두 교황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가로막는 장벽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다리를 짓기 시작한다.
카메라 앵글은 두 사람이 만나 눈빛을 교환하고,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따라다닌다. 그러한 과정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믿음을 모두에게 시사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영성이 틀린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필요한 하느님의 계획이었음을 두 교황과 더불어 관객은 깨달아간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 스틸컷 ⓒ netflix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변화를 위해 떠나야 할 때임을 인지하며,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고해성사를 받는다. 더불어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교황의 자리를 마다하는 교황 프란치스코에게도 강복을 빌어준다.
전통을 중시하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혁명가로 변하게 되는 과정과 혁명을 중시하던 교황 프란치스코가 가톨릭의 전통을 이어가게 되는 과정을 보며 놀라운 신의 계획과 지혜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참다운 지식과 사랑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인간관계 안에서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결론을 얻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다양한 시선을 나눌 수밖에 없다. 영화 <두 교황>처럼 말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두 교황>을 보고 나면,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부족한 '두 사람'이 주는 감동과 유머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동시에 우리도 그들처럼 일상의 갈등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다.
오늘도 나와 다른 사람과의 마찰로 인해 삶이 괴롭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을 추천한다. '두 사람'이 주는 감동에 젖어 울고, 유쾌함에 빠져 웃다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까지 한 방에 날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