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전 세계로 뻗어나가려면…‘쇼트폼’ 늘리고 넷플릭스처럼 현지화
2020.09.04 09:05
나건웅, 반진욱 기자
웹툰 시장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 관점에서 보면 웹툰은 여전히 변방에 위치한다. 영화·드라마·가요 같은 주류 문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특히 K웹툰이 장차 한국을 이끌어갈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K웹툰만의 ‘독창성’을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다. 미국이나 유럽 만화, 이른바 ‘코믹스(comics)’의 하위문화가 아니라 ‘K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일본 만화 산업이 주류로 거듭났던 전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 만화는 독특한 그림체와 일본 작가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해져 ‘재패니메이션’ ‘아니메’라고 불리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김동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서구 만화는 물론 일본, 중국 만화와도 다른 한국 웹툰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서사를 기반으로 하되, 그림체나 색감 등 스타일은 독특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웹툰 주 소비층은 아무래도 2030세대다. 젊은 세대를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길이가 짧은 콘텐츠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종상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전 세계 MZ세대 공략을 위해 ‘쇼트폼’ 형식 웹툰을 고려해볼 만하다. 한 회에 들어가는 컷 수를 줄이는 대신 연재 횟수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웹툰만의 차별 포인트 만들어야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플랫폼이 빈약하면 산업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한국 웹툰 플랫폼 성장을 위해 ‘넷플릭스 모델’을 벤치마킹해볼 것을 제언했다. 월 정액제를 기반으로 하는 ‘구독 모델’, AI가 소비자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시하는 ‘추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최근 넷플릭스는 각국 현지 제작사와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제작, 로컬 시장에 효과적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인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웹툰 초기 시장에서는 좋은 한국 작품이 선봉대 역할을 했지만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한국 웹툰 플랫폼이 지금보다 덩치를 키우려면 미국·유럽·일본 등 우수한 현지 콘텐츠를 흡수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한국 제작사와 협력해 ‘킹덤’ ‘인간수업’ 등을 성공시킨 것처럼 웹툰 플랫폼도 현지 작가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웹툰 내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이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최근 한 웹툰에서는 ‘여성 혐오’ 논란이 일면서 작가가 공식 사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정 작용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폭력성·선정성 논란은 웹툰 산업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논란과 비판을 겪게 될 테지만, 웹툰 업계가 스스로 기준을 마련하고 자정 작용을 거치다 보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의 의견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4호 (2020.09.02~09.0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