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식의 심장 토크]혈관에도 쥐가나요... '변이형 협심증' 주의
등록 2020-08-30 오전 7:07:09
수정 2020-08-30 오전 7:07:09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올해 40세인 고길동 환자는 몇 개월 전부터 새벽녘에 가슴 통증이 발생해 잠에서 깬다. 술마신 다음 날이면 그런 증상이 더 생기는 것 같았다. 흉통이 생기면 가슴 전체를 커다란 손이 꽉쥐는 것 같은 통증이생겼고, 식은 땀도 났다. 통증은 5분정도 지속되다가 가라앉았는데,계속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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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술도 즐기고 하루 1갑이상 담배도 피우던터라, 건강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 주변사람들이 협심증같으니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젊은 나이인데 큰 병이 왔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을 한가득 안고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진료를 담당한 의사는 심장을 먹여살리는 관상동맥에 쥐가나서 생기는 증상인 것 같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밀검사를 해 보자고 한다.
◇ 혈관에 쥐가난다고?
혈관에 쥐가난다는 설명을 쉽게 받아 들일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리도 아닌 혈관에 쥐가난다고? 혈관이 달리기 한것도 아니고 기지개를 켠 것도 아닌데….
사람의 혈관에 흐르는 혈액의 총량은 일정 하지만, 각 기관이 필요로 하는 혈액의 양은 계속 변한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책상에서 발표 준비를 열심히 하는 김 대리의 혈액은 주로 뇌로 가게되고,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있는 양 과장의 혈액은 주로 심장과 폐 그리고 다리로 간다. 또 저녁을 배불리 먹고 졸면서 TV를 보고 있는 최 부장의 혈액은 주로 위와 장으로 간다. 여러 장기 중에서도 관상동맥의 혈류량은 변화가 큰데, 휴식 시보다 운동 시에 최대 8배까지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르게 된다. 필요할 때는 혈액이 많이 흐를 수 있게 해주고, 필요 없을 때는 덜 흐르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혈관 벽의 한 층을 이루는 근육층들이 한다. 이 근육층이 수축하면 혈관의 굵기가 작아지면서 혈류량이 줄어드는데, 비정상적인 경련으로 심한 수축이 일어나는 경우 혈관을 100% 막기도 한다. 어떤 경우건 관상동맥의 혈류량이 감소하면, 심장에서는 ‘협심증’이라고 불리는 통증이 생기게된다.
이 경우에는 관상동맥 조영술이나 CT를 찍어보아도 정상으로 나타나게된다. 그래서, 관상동맥의 경련을 유발하는 약을 주입하면서 검사를 하게되고, 약물 주입 전에 정상이던 혈관이 약물주입시 거의 완전히 막히면서 평소에 느끼던 협심증을 느끼거나 심전도에 허혈성변화가 생기면 관상동맥에 쥐가나서(경련이 일어나서) 생기는 협심증으로 진단하게된다. 일반적인 협심증이 동맥경화때문에 관상동맥이 상시 협착이 일어난 경우에 생기는 반면, 이 경우는 혈관의 경련에 의한 일시적인 폐색으로 인해 생기는 ‘다른종류의 협심증’이기 때문에 ‘변이형 협심증’이라고 부른다.
관상동맥을 확장시켜주는 신호가 적어지는 새벽녘, 음주한 한 다음 날 더 자주 발생하며, 흡연자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5분내에 경련이 풀리면서 증상이 호전되지만, 경련이 30분이상 지속되면서 심근경색이 되거나 심각한 부정맥을 일으키기도 하기때문에 적절한 진료와 투약이 필요하다. 치료는 주로 음주/흡연과 같은 위험인자를 피하도록 하고, 혈관 경련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