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무조건 나쁘진 않다···살 뺄때 진짜 끊어야 할 이것
윤경희 기자
다이어트를 할 때 상식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탄고지'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탄수화물만 줄이면 다른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살이 저절로 빠진다"는 논리로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다이어트법이죠. 하지만 탄수화물을 끊는다는 건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과연 살을 빼려면 꼭 탄수화물을 먹지 말아야 할까요?
[오늘도 다이어트]
<40> 당질 제한 다이어트
사실 다이어트 할 때 탄수화물을 제한하라는 전문가들의 말은 탄수화물 식품을 무조건 먹으면 안 된다는 의미보다는, 그 속에 있는 '당질' 섭취를 줄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당질과 탄수화물을 혼용해 사용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탄수화물 식품엔 당질(포도당)과 함께 식이섬유와 다른 영양분이 함께 들어있으니 구분해서 사용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 식이섬유는 체내 흡수되지 않고 바로 다른 노폐물과 함께 배설돼 우리 몸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예방해주죠. 또 칼로리는 없지만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당질입니다. 내과 의사 에베 코지는 ‘당질 제한식’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의사입니다. 일본의 권위 있는 당뇨병 의사인 그는 1999년부터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당질 제한 식이요법이 당뇨병뿐 아니라 비만·대사증후군을 극복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뱃살이 쏙 빠지는 식사법』『당질 제한식 다이어트』같은 그의 책에 따르면, 당질은 섭취량의 90% 넘게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공복 상태나 혹은 기운이 없을 때 쌀밥이나 초콜릿 같은 음식을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빠르게 힘이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올라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우리 몸은 인슐린을 과잉 분비하게 되고, 체지방을 간·근육 등에 축적합니다. 이런 작용 때문에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을 '비만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당질 섭취를 제한하면 인슐린 분비량이 적어져 체지방 축적이 덜 되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질 섭취량이 적으면 간에서 포도당을 계속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다른 때보다 소비하는 에너지 양이 늘어납니다. 게다가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사용해 수분만 빠지는 게 아니라 체지방을 줄이는 본질적인 다이어트가 가능해집니다.
당질 제한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식품 자체를 모두 피하기보다, 당질이 많은 음식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식이섬유와 좋은 영양성분이 많은 현미·고구마는 먹고, 빵·떡처럼 당질이 많은 것은 자제하는 거죠.
식품별 당질 함량을 비교해보면 크림빵·마카롱·찹쌀떡 등엔 100g당 40~50%가 넘는 당질 들어있습니다. 과일인 망고엔 100g에 17.6g, 사과는 15.3g 정도고요. 반면 단호박(6.6g)·우유(4.7g)·삶은 달걀(3.3g)은 당질 함량이 아주 적은 식품입니다. 다이어트식으로 많이 먹는 양배추는 100g에 2.3g, 방울토마토는 2.9g밖에 안 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설탕이 많이 들어가거나, 식품 자체에 당을 많이 가진 음식들이 당질이 많은 음식입니다. 샐러드 드레싱이나 고기·생선을 찍어 먹는 소스에도 당질이 많으니 조심하세요.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탄수화물, 무조건 나쁘진 않다···살 뺄때 진짜 끊어야 할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