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6주-1년 후 애벌레가 되어 땅 속으로 들어가 3-17년간 있다가 성충이 되어 약 1달 간만 산다는 매미입니다.
그들의 긴 인내심과 성실하며 겸손한 삶에 비추어 저 자신의 교만한 삶을 되돌아 봅니다.
이번 긴 장마에 살다간 녀석들은 불쌍하군요.
[재미있는 과학] 맴맴~ 수컷의 우렁찬 '구애 신호'… 정작 자신은 듣지 못한대요
매미 소리
◇최장 17년 땅속 생활
매미는 소리를 내는 곤충의 대표 주자답게 그 이름도 소리에서 유래되었어요. 맴맴 소리를 낸다고 해서 '맴이'라고 불리다가 '매미'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픽=안병현
- ▲ /그래픽=안병현
매미는 진딧물, 장구애비 등과 함께 노린재 계통에 속하는 곤충이에요. 이 계통 곤충들은 긴 빨대 모양의 주둥이로 식물이나 동물의 체액을 빨아먹으며 사는 것이 특징이지요. 매미도 뾰족하고 긴 주둥이를 나무줄기에 꽂고 수액을 쪽쪽 빨아먹으며 살기 때문에 주로 나무 기둥에 붙어있답니다. 식물의 줄기 안에는 포도당 같은 영양분이 지나다니는 '체관'이 있고 그 밑에는 물이 이동하는 '물관'이 있는데, 매미는 보통 체관까지만 주둥이를 꽂아 그 안의 당을 섭취한다고 해요.
매미는 전 세계적으로 300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참매미, 풀매미, 깽깽매미 등 재밌는 이름의 14종이 서식 중이에요. 매미는 종에 따라 내는 소리가 다른데, 우리나라엔 '맴맴~' 하고 우는 참매미가 가장 많아요.
어른 매미의 일생은 그리 길지 않아요. 암컷 매미가 나무줄기 속에 200~60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면 종에 따라 짧게는 6주, 길게는 1년 후에 유충(애벌레)이 태어납니다. 유충은 나무에서 내려와 땅속으로 기어들어 간 뒤 나무뿌리에 주둥이를 꽂아 수액을 빨아먹으며 자라게 되지요. 그렇게 땅속에서 종에 따라 3~17년에 달하는 세월을 보내고 땅 위로 기어나온 뒤 다시 높은 나무로 올라가 우화(성충이 되는 것)해요. 이후 한 달 내외의 삶을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생을 마감합니다.
◇텅빈 몸통 이용해 울음소리 20배 증폭
우리가 흔히 듣는 매미 소리는 수컷 매미가 암컷 매미를 향해 보내는 구애의 신호로 알려져 있어요. 수컷 매미의 옆구리에는 얇고 단단한 막인 '진동막'이 붙어있는데요. 매미가 배에 있는 근육인 '발음근'을 이용해 진동막을 흔들면 진동막의 긴 막대 모양 구조들이 연달아 휘어지고 이완되면서 커다란 소리를 내는 거랍니다. 보통 발음근은 1초에 300~400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진동막을 움직인다고 해요.
조그만 몸에서 나는 울음소리가 그토록 우렁찬 비밀은 텅 비어 있는 매미의 배에 있습니다. 수컷 매미의 배 속은 '공명실'이라고 부르는 텅 빈 구조로 되어 있는데, 진동막이 내는 음파(音波)가 이곳을 지나면서 진폭이 증가해 소리가 20배나 커지는 거예요. 이처럼 소리가 울리면서 더 커지는 현상을 '공명(共鳴) 현상'이라 합니다. 이때 매미는 몸통 양옆에 붙어있는 고막을 덮었다 열었다 하면서 소리 크기를 추가로 조절할 수 있어요.
◇매미가 합창을 하는 이유
보통 7~8월 도심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매미와 참매미 소리 크기는 70~90데시벨(dB)에 달합니다. 이 정도 크기는 커다란 자명종 소리나 진공청소기 소리, 믹서기 소리,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요. 암컷 매미는 이 커다란 소리를 듣고 날아가 수컷과 짝짓기를 해요.
그렇다면 수컷 매미 자신의 청력은 괜찮은 걸까요? 다행히도 수컷의 고막은 소리 내는 기관(진동막, 공명실)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소리를 낼 때에는 소리 내는 것을 돕고, 소리 내지 않을 때 듣는 기능을 한다고 해요. 이 때문에 정작 자기 울음소리는 듣지 못한다는 거죠. 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가 사람보다 작아서 우리에게 소음으로 느껴지는 소리가 매미에게는 들리지 않을 수 있답니다. 실제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 곤충학자 파브르는 매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재밌는 실험을 하나 했는데요. 당시 시청 축제에 쓰이던 대포를 매미 바로 옆에서 발사해봤는데, 매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자기 소리를 냈다고 해요. 우리에겐 매미의 소리 주파수(참매미와 말매미의 경우 4000~6000헤르츠) 범위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주파수 영역인 20~2만 헤르츠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큰 소음으로 느껴지는 것이죠.
여러 매미가 함께 합창하는 경우도 자주 관찰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하면 주변 암컷들에게 더 크고 명확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큰 소리로 암컷을 근처까지 유인한 뒤 시각 신호 등을 통해 특정 암수가 짝짓기를 하는 거죠. 또 합창을 하면 주변 천적에게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덜 특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리를 내지 못하는 암컷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암컷 배 속에는 소리 구조 대신 알을 품고 낳는 산란 기관이 있답니다. 배 쪽 끝에 뾰족한 산란관이 나와있어 나무줄기 속에 알을 쏙 낳을 수 있어요.
[밤이 너무 밝아 우는 매미]
매미는 보통 암컷이 찾아오기 쉽도록 밝고 뜨거운 낮에 소리를 내는데요. 요즘엔 한밤중에도 매미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죠. 그 원인으로는 도심의 빛 공해가 꼽힙니다. 밤이 되어도 여러 인공 빛 때문에 환한 데다 열섬 현상으로 높은 기온이 유지되기 때문에 매미가 늦은 밤까지 소리를 낸다고 해요.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