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사니 결국 전량 폐기…
일상이 된 日맥주 불매
머니투데이 | 이영민 기자
2020.08.15 12:00
지난 8월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일본 맥주가 소량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국내 맥주 시장을 뒤흔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넘기면서 일본산 맥주의 위상도 추락했다. 불매운동 전까지 수입 맥주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 맥주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편의점·술집 등 판매처에서도 재고떨이 신세가 됐다.
1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272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92% 줄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수입맥주 수입액 1위를 지키던 일본 맥주는 올해 6월 기준 9위로 밀려나고 미국 맥주가 1위로 올라섰다.
수입맥주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에서도 불매운동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CU에서는 올해 1, 2분기 일본 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4%, 97.6% 감소했다. GS25에서도 올해 6월 일본 맥주 매출이 젼년 동기보다 98.9% 급감했다.
일본 맥주 판매가 부진하자 최근 편의점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 수입 맥주를 반품 처리하기도 했다. CU는 지난 6월 매장에 남은 일본 수입 맥주 12종을 본사로 반품 처리한 뒤 전량 폐기했다.
일본 맥주 재고떨이를 위한 대폭 할인 판매도 진행됐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아사히수퍼드라이'를 정상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묶음 할인 판매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아사히·삿포로·기린이치방·필스너우루켈·코젤다크 등 일본 맥주 판매가를 평균 45% 내렸다.
판매량 급감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아사히 맥주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 지난해 매출은 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고 19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삿포로 맥주를 판매하는 엠즈베버리지의 지난해 매출도 198억원으로 전년보다 52.8% 줄었고, 영업손실도 4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소비자들은 일본 맥주의 대체품으로 국산 맥주를 선택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지난 12일 발표한 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불매운동으로 인해 포기 경험이 있는 제품' 분야에서 주류가 43%로 패션(5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중 맥주 불매운동을 했던 응답자의 70%는 한국 맥주를 대체품으로 구매했다고 답했다.
특히 국산 수제맥주가 불매운동 덕을 톡톡히 봤다. 일본맥주의 매출이 폭락한 지난해 하반기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보다 241.5% 상승했다. 올해 1~5월에는 코로나19(COVID-19) 영향도 더해져 매출이 전년보다 355.6%나 성장했다.
일본맥주 불매운동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코바코 조사에서 불매운동으로 인한 불편함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향후 지속시간 예측에 대해서도 2년 이상으로 응답한 비율이 53%로 가장 높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으로 일본 맥주가 맥을 못 추는 사이에 국산 수제맥주, 다양한 수입맥주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잡았다"며 "술집이나 편의점 등 주류 판매처에서도 일본 맥주 판매를 줄이는 상황이라 당분간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