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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더 킹: 헨리5세] 헨리5세를 꽃미남으로 바꾼 '샬라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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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19-11-08 10:14 10,664 1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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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의 모르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더 킹: 헨리5세>는 멀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잉글랜드 역사나 100년 전쟁을 잘 몰랐던 관객도 헨리5세의 성장담에 흠뻑 빠져 영화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이 모든 게 주연 배우의 '미친 존재감' 덕입니다. 헨리5세역을 맡은 25세의 아름다운 청년, 티모시 샬라메가 혼자 다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작은 국뽕이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메가박스) 동시 공개로 화제가 된 이 영화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헨리5세)을 원작으로 합니다. 궁에서 나와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할(헨리5세)이 왕위를 물려받아 강인한 왕으로 성장한다는 서사가 뼈대입니다. 실제로 헨리5세는 100년 전쟁 중 잉글랜드의 가장 큰 승리(아쟁쿠르 전투)를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헨리5세가 이끈 잉글랜드의 승리는 아름다웠을까요? 역사의 암흑기인 중세시대, 전쟁은 왕족과 귀족의 왕위 세습을 위한 권력투쟁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절대악과 절대선의 대결 따위가 아니라는 뜻이죠. 더구나 이런 싸움에서 귀족보단 평민들의 애꿎은 피만 전장을 물들였습니다. 결국 이 승리는 헨리5세 개인과 가문(랭커스터 왕조)의 승리일 뿐이었습니다.
애국심 뽐뿌를 위해 만든 1944년작 <헨리5세> [사진 IMDb]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이미 두차례나 영화화 됐는데 모두 국뽕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영화화된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헨리5세>(1944년)는 아예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프로파간다 영화에 가깝습니다. 1989년에 만들어진 동명 영화 역시 영국 출신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메가폰을 잡습니다.
케네스 브래너의 1989년 감독, 주연작 <헨리5세> [사진 IMDb]
선배들처럼 이 영화도 국뽕 느낌은 살짝 남아있습니다. 아쟁쿠르 전투를 앞두고 프랑스의 왕세자 도팽은 잉글랜드의 어린 소년을 잔혹하게 살해합니다. 헨리5세와 병사들은 이 모습에 각성 모드에 돌입합니다. 상대의 잔혹함이 전의를 불태우게하는 장치가 된다? 뻔한 방식의 국뽕 전개인 셈입니다. (당연히 역사에선 양측 모두 잔혹성을 각자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으며, 오히려 헨리5세의 잔혹성을 부각하는 기록이 더 많습니다.)
'성장담 장인' 샬라메
그런데 샬라메가 헨리5세 역할을 맡으면서 원작부터 깊숙이 박힌 국뽕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됩니다. <콜미 바이 유어네임>과 <뷰티플 보이> 등, 역경과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담의 주인공을 연기했던 이 배우는 <더 킹: 헨리5세>마저도 한편의 잘짜여진 성장담으로 변모시켜 버립니다. 투박한 국뽕을 지양한 연출과 각색의 힘도 있지만, 샬라메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효과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사과인가, 인간인가? 왜 이리 풋풋해! <콜미 바이 유어네임>의 샬라메 [사진 IMDb]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 헨리5세의 모습은 티모시 샬라메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입니다. 외무부터가 상이했습니다. 샬라메의 키(178cm)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헨리5세는 190cm가 넘는 큰 키에 전장을 누비며 싸움을 즐기는 전사적 면모가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매정하고 오만한 그는 반대를 참지 못했고 무자비하고 잔인했다(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고 하니 소녀팬을 몰고다니는 꽃미남 샬라메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얼굴에 김 묻었네? 잘생김~ [사진 인스타그램 ]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샬라메의 강인하지 않은 외모가 성장담을 더 빛나게 해줍니다. 여림과 강인함이 한 인간에게 모두 내재돼 있으며, 상처와 각성을 통해 강인함이 드라마틱하게 증폭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는 샬라메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외모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수식어를 다 떼고도 샬라메는 ‘그냥 잘생김’을 장착한 배우이긴 합니다.
각성모드에 돌입한 헨리5세의 눈빛은... 사롸있네! [사진 넷플릭스 ]
출중한 외모로만 샬라메의 이 영화 속 지분(?)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깊게 패인 눈두덩이 속에서 때론 보석처럼 빛나고 때로는 분노로 이글대는 그의 눈빛은 헨리5세 그 자체입니다. 빈민가의 방탕한 탕아, 대신들에 둘러싸인 고뇌하는 왕, 마지막 일전을 앞둔 전사까지... 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성장을 그는 눈빛 하나로만 오롯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입에서 쏟아내는 대사는 거들 뿐.
생각보다 잔잔한 이야기
돋보이는 캐릭터에 비해 이야기 자체는 좀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러닝타임(140분)도 짧지 않습니다.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우울한 분위기와 어두운 색감은 결코 막이 내릴 때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의 전말이 극 후반부에 드러나긴 하나 반전이라고 하기에 평양냉면처럼 밍밍합니다.
봉주르~ 난 거만한 프랑스 왕세자라고 해. [사진 넷플릭스 ]
클라이맥스인 아쟁쿠르 전투 역시 스펙터클한 장면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광활한 대지에서 펼쳐지는 전투의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 진흙탕을 구르는 헨리5세에 초점을 맞춰 표정과 몸짓을 따라갑니다. 할리우드의 역사극이나 전쟁영화 같은, 장면 자체로 관객을 압도하는 연출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잔잔함이 영화의 매력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후대에 널리 회자되는 전쟁의 명분은 보잘것 없었으며, 전쟁의 진정한 모습 역시 진흙탕을 구르는 개싸움에 지나지 않았다는 중세의 어두움을 한껏 보여줌으로써 말입니다. 이런 시기 왕에게 필요한 강인함은 우리가 으레 상상하는 품격있고 폼나는 그것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제목 더 킹: 헨리5세 (The King)
제작 데이비드 미쇼
출연 티모시 샬라메, 조엘 에저턴 외
등급 19세 이상
평점 IMDb 7.4로튼토마토 71% 에디터 쫌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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