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의 독특한 형식은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같은 시리즈를 국가별로 나눠서 제작하는 방식은 일전에도 있었다. 멕시코(‘비운의 후보’)와 콜롬비아(‘마지막 핼러윈’)에서 <범죄의 기록> 시리즈를 나눠서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리즈의 제목만 공유할 뿐, 분위기와 연출방식은 상이했다.
매직미러 안팎의 취조실. 드라마 배경의 전부다. [사진 넷플릭스 ]
반면 <크리미널>은 형식면에서 통일성이 도드라진다. 자연광 1도 없는 스튜디오, 그것도 커다란 매직미러가 달린 취조실이 배경의 전부다. 이곳에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맺는다. 이따금 4개국 경찰들이 취조실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도 역시 약속이나 한듯 건물 복도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를 찾는다. ‘봤던 장면 같은데?’하고 신기한 데자뷰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4국4색’ 시리즈
똑같은 배경에서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찍어낸다면 식상하기 이를데 없을 터. 그래서일까. 4개 국가의 제작진은 저마다 독특한 경찰들의 스타일로 국가별 차이를 만들어냈다. 국가별 3개의 짧은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나라별 독특한 경찰의 색깔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1. ‘압박형’ 영국
불때까지 취조해주마 [사진 넷플릭스 ]
영국 경찰은 시종일관 범죄자를 압박하면서 자백을 받아내려고 한다. 셜록의 나라답게, 이 과정은 증거와 추리 중심으로 펼쳐진다. 탐정 드라마적 재미를 갖춘 작품을 찾는다면 영국편이 가장 잘 맞아떨어질 것 같다.
2. ‘범죄형’ 스페인
위조영장으로 자백을 받으라구요? [사진 넷플릭스 ]
어느 나라보다 느긋하고 여유있는 경찰들이다. 범죄자의 발뺌과 헛소리에 같이 웃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백을 받기 위해서라면 법원의 영장까지 조작해내는 가장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3. ‘감정형’ 프랑스
우리는 표정이 풍부하지. [사진 넷플릭스 ]
문화와 예술의 나라답게 등장인물의 감정이 풍부하다. 휴직 중인 경찰이 취조실에 찾아와 용의자의 행동에 급분노하며 난동을 부리는가하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실수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감정을 드러낸다.
4. ‘노잼형’ 독일
야, 우린 지금 진지해~ [사진 넷플릭스 ]
다니엘 린데만의 나라답게 노잼형 캐릭터들이 주를 이룬다. 철저히 경찰과 범죄자라는 역할에 최적화된 캐릭터들이 차갑고 이성적인 분위기로 밀당을 주고받는다. 인물을 보는 재미는 없지만, 독일답게 이야기는 빈틈없이 촘촘힌 편.
리얼리즘 수사물
미드와 영드의 유명한 수사물들은 대체로 판타지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대체로 이런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사건은 기괴하면서도 거대한 음모로 둘러싸여 있으며, 사건의 정점에는 엄청난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일개(?) 경찰들은 놀라운 능력으로 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히어로가 된다.
이거봐, 증거가 이렇게 많은데 잡아떼기야? [사진 넷플릭스 ]
<크리미널>은 좀 많이 다르다. 살인, 강간, 유괴 같은 강력사건 용의자를 앞에 두고 때로는 부족한 증거로 블러핑을 하면서 윽박도 지르고 회유도하는 현실적인 경찰의 모습을 그린다. 취조실에 현미경을 들이댄 철저한 리얼리즘 수사극이라고 할까.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의 힘
거대한 음모도 없고, 거창한 배경도 없지만 이 드라마는 눈으로 읽는 한편의 추리소설처럼 느껴진다. 시청자는 경찰들이 들고 있는 증거 사진과 추리 퍼즐조각을 함께 맞춰나가면서 사건의 얼개를 파악해나가게 된다.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는 범죄자의 표정 하나하나를 읽어나가는 과정은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제목 크리미널(Criminal)
국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급 19세 이상
평점 IMDb 7.8(영국) 에디터 쫌잼
http://watching.joins.com